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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02 17:35 수정 : 2007.03.02 17:35

김용창/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난항을 거듭하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집값 불안의 덤터기를 고스란히 뒤집어쓰면서 ‘주택 대통령 선거’라는 올해의 선거를 망치기 싫었던 모양이다. 민생을 부르짖으면서 의정활동 실적을 올리기에는 주택법 개정이 인기품목임을 반영하듯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투기과열지구 운영제도 개선 등 주택법 개정과 관련하여 모두 16개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된 상태였다.

우리나라 주택법은 현대사의 부침만큼이나 많은 굴곡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초의 법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공공복리 증진’에 기여할 목적으로 1963년 제정한 공영주택법이다. 그러나 주택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공영주택법을 폐지하고 주택건설 촉진과 원활한 주택공급에 중점을 둔 주택건설촉진법을 72년 제정한다. 2003년에는 법 이름을 현재의 주택법으로 바꾸고 주거복지, 주택관리, 주택종합계획 등에 대한 규정을 담으면서 법의 성격도 단순한 건설촉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번 개정은 과거의 개정 경험과 달리 수도권에서 분양가 상한제(사실은 원가연동제)와 원가내역 공시제를 함께 도입하였다는 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때문에 주택건설업체의 63.2%가 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주택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결국에는 주택공급 부족을 가져와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원가연동제 시기에 해당하는 92년부터 96년 사이의 주택건설 실적은 총 310만4854가구로, 매년 평균 62만971가구의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분양가 자율화 시기인 1999년부터 2004년 사이의 실적은 총 308만3780가구로 매년 평균 51만3963가구의 실적을 보여 오히려 매년 10만7천가구가 줄어들었다. 주택공급을 늘리는 문제는 단순히 분양가 자율화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원가공개의 문제도 그동안 이루어진 수많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0∼90% 정도가 찬성하고 있다. 한국의 시장경제란 것도 국민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급체계를 갖추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잘못이 있다면 이러한 국민들 인식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개선하지 못하고 떠밀리듯이 대응하는 데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넓은 시각에서 본다면 건설업계가 주택건설에만 몰두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세계 일류 건설기업들의 사업구조 변화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세계 건설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구조조정과 사업구조 혁신을 통해 지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다고 한다. 반면, 국내 건설산업은 대기업들의 지나친 국내 주택·부동산시장 편중 때문에 경쟁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국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주택법 개정은 주거복지와 주거수준 향상이라는 주택법 본래의 취지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 주택건설업계의 구조전환 계기로도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법제처의 연혁정보에 나타나듯이 1972년 이래 총 66회의 법 개정이 이루어져 주택정책의 부침이 매우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의 부침은 규제완화와 강화가 되풀이되면서 주택투기가 이뤄진 역사이기도 하다. 이번 개정도 대통령 선거라는 국면에서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산에서 이루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늘 빠져나갈 묘수가 나오는 우리나라 부동산업계와 앞으로 전개될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항상 두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김용창/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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