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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26 18:43 수정 : 2007.12.26 18:43

김용창/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유년 시절 아버지와 함께 밤늦도록 ‘도급’(홀태)이라는 농기구에 벼를 탈곡하고 난 뒤, 이른 아침 찬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들녘을 바라보면서 한 해 지겨운 농사도 다 끝났다는 홀가분함과 더불어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던 적이 있다. 며칠 있으면 올 한 해도 끝난다. 한 해의 끝은 대부분 허전하지만 한국 사회처럼 빨리 변하는 사회에서는 일년의 마무리가 허전할 새도 없이 무감각하게 지나가버리곤 한다.

그러나 올 한 해의 마무리는 아무래도 남다르다. 허망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겠지만 군부독재 정권이 끝나고 무언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숨을 들이쉬고 한 순배를 돌았다는 느낌이다. 성난 얼굴의 민심이 진보와 개혁을 재차 외치는 주자들에게 냉혹하게 등을 돌렸다. 역사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이 아니고 나선형으로 발전한다면 이제까지의 보수도 진보도 아닌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을 민심과 새 집권세력 모두 실용성에서 찾은 것 같다.

그런데 정권교체 즉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부동산 봄날’이고, 주요 언론도 부채질하고 있다. 2005년 지방세 구성을 보면 광역시의 경우 등록세와 취득세가 각각 21.2%, 20.5%, 도의 경우는 각각 35.3%, 35.4%였다. 말 많은 종합부동산세의 올해 신고대상 세액은 2조8560억원이며, 재정여건이 취약한 지방에 배분하여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쓰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의 올해 지역혁신계정 예산이 1조5338억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지방에는 중요한 재원이다.

그리고 부동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산 관련 양도차익은 작년 국세청 집계로 60조9천억원이고, 작년까지 참여정부 4년 동안에만도 160조4천억원에 이르며, 양도소득세로 각각 12.9% 11.9% 정도만 징수하였다.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1가구 1주택 양도차익을 뺀 수치이기 때문에 그 차익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부동산 세제 완화는 지방재정과 지방세원 기반의 극심한 지역불균형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유리지갑 봉급생활자의 소득세를 어루만져주고, 소득 탈루가 심한 자영업과 직업들의 소득 파악에 주력하여 소득세 부담의 형평을 찾는 데 진력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부동산중개업소는 3만510곳이 늘어 하루 평균 16.7개꼴로 새로 생겼다. 한국 사회가 노동력과 자원배분을 이렇게 해서 미래창조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실용주의 노선이 효과를 발휘하고, 활력이 넘치는 사회를 꿈꾼다면 단순한 재산거래 차익에 기반하여 부를 쌓는 것을 장려하기보다는 마땅히 노동윤리를 신성시하고, 미래지향적 직업창출 기반을 굳건히 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 완화에 몰두하지 말고 새로운 경제구상과 실천전략을 창안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실용성에 부합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부동산이 많은 사람이 상류층이고 여론주도층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부동산세의 문제를 일반서민의 무차별 세 부담 문제로 둔갑시키고 있다. 6억원 이상의 주택 거래에서 나오는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의 문제로 고민해야 하는 ‘서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부동산 재산가 서민’이라는 말, 듣기만 해도 좋다!

한나라당은 자신의 집권 기간에 국가부도 사태를 냈던 전력을 늘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처럼 선진국의 경험을 볼 때 부동산 열풍 뒤끝은 늘 금융위기였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부동산가격 때문에 참여정부가 내내 시달렸고, 다른 모든 정책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며 매도되었다는 사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용창/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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