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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12 19:56 수정 : 2008.03.12 20:08

유종일/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나라살림가족살림

기획재정부가 6% 안팎의 성장률을 목표로 하는 2008년 경제운용계획을 내놓았다.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앙등과 환율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안정보다 성장을 중시하는 경제운용 기조를 설정한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민간의료보험 확대나 골프장 공급 확대 등의 정책도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성장률 제고를 위한 핵심 정책수단으로 내놓은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감세와 규제 완화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3%포인트 낮추고, 기업 연구개발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현행 7%에서 10%로 늘리는 등 감세 정책을 서두르겠다고 한다. 또 올 상반기 중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없애고, 농지와 산지에 대한 토지이용 규제와 수도권 과밀 억제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되었던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고 한다.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 등 소위 친기업 정책을 펴서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성장 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미국의 사례를 한번 검토해 보자.

감세와 규제 완화로 경제 성장을 높이겠다는 정책은 일찍이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한 바 있다. 이른바 공급 중시 경제학이다. 흔히 레이건이 친기업 정책을 펴서 대단한 경제 성장을 이룬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레이건이 집권한 1981년부터 89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은 3.37%로써 클린턴 집권 기간의 3.58%에 못 미쳤다. 존슨 대통령의 5.43%나 케네디 대통령의 4.93%에 크게 못 미칠뿐더러 경제를 망친 것으로 유명한 카터 대통령의 3.42%에도 뒤지는 기록이다. 물론 경제 성장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일자리 창출이나 재정적자, 물가상승률이나 실업률 등도 중요하다.

몇 해 전 레이건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미국의 유명한 경제지 <포브스>가 이러한 경제지표들을 기준으로 2차대전 이후 10명의 미국 대통령의 경제 성적을 산출했는데, 경제성장률에서 레이건의 성적은 5위에 불과했고 여섯 가지 지표를 고려한 종합 성적에서도 4등에 그쳤다. <포브스>가 보수적인 잡지인데다가 레이건 추모 열기가 뜨거울 때 실렸던 기사인 점을 생각한다면 레이건에게 불리한 평가를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레이건의 감세 정책이 심각한 쌍둥이 적자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이 시절이었다. 혹자는 클린턴 시절에 미국이 호황을 누린 것이 레이건의 개혁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레이건과 클린턴 사이에 집권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형편없는 경제 성적은 뭐란 말인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성적이 좋게 나타나면 김대중 정부의 개혁 덕이라고 할 건가?

이미 간파한 독자들도 있겠지만 위에서 레이건보다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민주당 출신이었다. 친기업적인 공화당 정권 아래서 경제 성장이 많이 되고, 반기업적이고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 정권 아래서는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고 또 그런 주장을 사실인 양 펼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다. 경제 성장 면에서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의 성적이 압도적으로 높다. 왜 그럴까? 친기업적인 공화당 정권 아래서는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혜택이 집중되었고 중산층과 서민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성장은 튼실하지 못하였던 반면, 민주당 정권 아래서는 모든 계층이 고르게, 특히 저소득계층이 더 큰 혜택을 보는 방향으로 저변이 든든한 경제 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참고했으면 한다.

유종일/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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