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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1 21:30 수정 : 2014.06.19 15:17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

[시도지사 당선자 인터뷰] 충남 안희정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는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여야가 이번 선거에서 내세운 ‘박근혜 수호론’과 ‘세월호 심판론’은 모두 서울과 여의도의 시각”이라며 “야당이 심판론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했던 것은 관행적 선거패턴이었다”고 말했다.

안 당선자는 또 “지방과 수도권에 대한 정보 편차가 너무 심하다”며 “지방에도 중요한 가치와 이슈가 많다. 참여정부 때는 균형발전이란 개념이 있었다. 서울이 아니라 지방의 관점으로 보면 가능성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안 당선자는 또 선거 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정책 비교에 대해서도 “서울의 관점에서만 평가하면 안 된다”며 “박 시장이 제시한 ‘삶의 질’과 ‘마을 공동체’ 등의 가치보다 나의 ‘3농 정책’(농업 살리기 사업)이 훨씬 순도 높은 지속적인 철학”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안 당선자는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선 “양극화, 일자리 문제, 남북 컨센서스 문제, 지역과 이념의 양분화 등 대한민국의 중요한 과제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내놓고 국민적 지지를 받는다면 고려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내 3농 혁신정책이 박원순 마을공동체보다 훨씬 지속적”

11일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나러 충남 홍성으로 가는 길은 눈을 가리는 폭우와 뺨을 때리는 뙤약볕이 교차했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이면서도 대선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안 지사는 재선에 성공한, 가장 젊은 광역단체장이 됐다. 이날 충남도청에서 만난 안 지사는 선거운동의 후유증으로 아직 목이 쉬어 있었지만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대화록 수사 여당에 면죄부 등
박근혜 정부서 정의 큰 훼손
지방정부엔 연정 꾸릴 권한 없어
정무부지사 자리 하나 주는 정도
양극화 등 구체적 대안 내놓고
국민지지 받으면 대선출마 고려”

-세월호 참사의 아픔 속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5주기가 조용하게 지나갔다.

“나는 2012년 3주기 지나고 나서 노 전 대통령을 역사라는 과거로 보내자고 했다. 마음속에 깔려 있는 원망, 분노 다 미루고 노무현을 그리워했던 사람들이 노무현 가치를 잘 이어나가자고 했다. 이젠 정치권에서도 친노, 비노 가르지 말자. 그건 우리 정치를 모두 왜소하게 만드는 표현이다. 그렇게 (친노·비노로) 뭉뚱그리지 말고, 하나하나 꽃 이름을 불러 달라.”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에 나타난 표심을 어떻게 읽었나?

“여전히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것은 영호남의 지역주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은 어떤 정책과 가치를 내놓느냐에 따라 후보를 선택하는 현명함을 보였다. 광역단체장 숫자 ‘8(새누리당) 대 9(새정치민주연합)’를 놓고 승자니 패자니 하는 것은 현실과 안 맞는다. 서울식 분석법이다. 유권자들은 이미 후보자들의 정책·비전·신뢰 여부로 투표할 준비가 돼 있다.”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야당이 이번만큼의 결과를 못 냈을 거라는 얘기가 있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책임자를 뽑는 선거다. 제 입장에서 보면, 내가 4년 동안 잘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기회를 주겠느냐고 묻는 거 아닌가.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잘했느냐 못했느냐고 심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유권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심판하기보다는 ‘감안’하는 것이다.”

-야당이 세월호 심판론을 내세운 것은 잘못된 프레임인가?

“그건 서울과 여의도의 시각이다. 중앙당을 이끈 분들의 관행적 선거 패턴이다. 물론 중앙당 입장에선 현재 상대 당이 집권하는 대한민국이 잘못돼 가고 있으니 우리 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말할 순 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많이 울고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들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

“아이들이 남긴 마지막 편지 보면서 눈물 안 흘린 사람 어딨겠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다 바뀌어야 한다. 우리 모두 정의롭게 살아야 한다. 아무리 표를 많이 모을 수 있는 일이라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또 세월호가 질문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문제다. 세월호에 짐 실은 하역노동자, 그가 짐 많이 실으면 배 넘어간다는 걸 몰랐을까? 그런 문제를 개인이 지적하기에는 너무 힘든 구조다. 노동조합이 있어서 하역노동자가 직업윤리를 갖고 권리를 말하는 힘을 보장해줘야 한다. 단지 공무원이 감독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이후 박근혜 정부가 잘못한 일은 무엇인가?

“박 대통령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박 대통령이 사고에 대해 언제 어떻게 보고받았느냐의 문제와 사고 다음날 진도 현장을 방문했을 때 소통하지 못한 것이다. 재난의 컨트롤타워로 총리실 산하에 국가안전처 만든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청와대 직속 라인으로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다. 해경 간판 떼다 저기로 붙이고 그런 건 맞지 않는다. 또한 수사, 국정원 댓글 수사 관련해 저렇게 야당은 기소하고 자기들 여당은 면죄부 주면 어떡하나. 검찰 하는 일이니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는 직접 관련 없다고 말할 순 있겠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정의’에 큰 훼손 있지 않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공은 자랑하면서 안 좋은 것은 적폐라고 비난하면 안 된다.”

-오늘 도청 공무원들과 첫 직원모임에 참석해 “공직은 사회적 정의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정의롭지 않나?

“선진국으로 가면 억울한 일 안 당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나의 패배가 억울한 일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되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전날(10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총리에 지명했다. 문 후보자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비판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분을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그런데 너무 모진 얘기를 쉽게 하면 안 된다. 모진 소리 많이 하면 지도자를 망친다. 큰 상처가 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가 야권에 대해 ‘소연정’, ‘협치’를 제안했다.

“지방정부엔 연정을 꾸릴 만한 권한이 없다. 정무부지사 자리 하나 주는 정도다. 나는 도의회가 여소야대인 지방정부를 이끌어왔다. 대화와 합의를 통해 잘 이끌어왔다. 진보단체든 보수단체든 우리 도에선 시민단체협의회를 통해 대화한다.”

-선거를 거친 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도지사 모두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박 시장이 삶의 질과 마을, 공동체라는 정책적 가치를 보여준 반면, 안 지사는 그에 대해선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시장이 제시하는 삶의 질, 마을, 공동체의 가치보다 나의 ‘3농 정책’(농업 살리기 사업)이 훨씬 순도 높은 지속적인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에도 중요한 가치 이슈가 많은데 서울의 관점에서만 평가하고 질문하면 안 된다. 선거 때 지역의 여론과 중앙의 선거 담론이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낀다.”

-3농 혁신정책에 대해 ‘서울사람’들은 잘 모른다.

“3농이란 산업으로서의 농업, 주체로서의 농어민, 공간으로서의 농어촌을 말한다. 친환경 먹거리를 만들고 몸에도 좋고 땅도 살리는 농업, 직거래제도를 개선하는 유통 혁신, 마을 공간구조 개선사업이다. 우리는 학교급식과 도내 134개 모든 기업의 단체급식을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소비하는 체계로 묶어놨다.”

-박 시장의 정치와 행정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였고 이제 대중정치를 한 지는 3년 정도 된다. 그 시간 동안 정치와 행정을 얼마나 소화했는지는 조금 더 봐야 한다. 그렇다고 나를 더 조명 안 해준다고 화내는 게 아니다.(웃음)”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준비가 된다면 나가겠다”며 대선 출마에 대한 뜻을 비치기도 했다. 특히 재선 성공 이후 잠재적 대권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해부터 부쩍 그런 질문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중요한 과제에 대해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면 대선 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거다. 양극화, 일자리 문제, 남북 컨센서스 문제, 지역과 이념의 양분화 등 대한민국의 중요한 과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다면 고려한다는 것이다.”

홍성/이유주현 하어영 전진식 기자 edigna@hani.co.kr

인터뷰 뒷이야기

안희정의 화법은 노무현을 닮았다. 질문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상대에게 되돌린다. 다만 노무현이 직구로 승부하는 ‘파이어 볼러(강속구 투수)’라면 안희정은 변화구를 구사하는 ‘팔색조’에 가깝다. 비유로 난감한 상황을 비틀면서 자신의 뜻을 보탠다. “지금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국가냐”라는 질문에 “이 정도면 막가지는 거지요?”(노무현) 라고 말하는 대신 “금의 순도에 14케이 등이 있듯 한 나라의 정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으로 가면서 순도가 높아진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순금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향후 대권에 뜻이 있냐고 물었더니 “가을이 되면 수확해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느니 “김치 담글때 소금에 절인 정도 알려면 배춧대 슬쩍 꺾어보면 알지, 맛을 봐야 아냐”고 말하면서 받아친다. 친노·비노라는 프레임에 대해선. “하나하나 꽃이름을 불러줘야 한다. (그런 구분은)우리 모두를, 정치하는 사람들을 왜소하게 만드는 표현”이라고 맞받았다.

비유가 많으니 인터뷰 내내 모난 느낌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현재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라이벌로 비춰질만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결론은 “잘 해냈으면”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질문의 속뜻을 꼼꼼하게 따지고 자신의 주장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에 대해 얘기할 때 특히 그랬다. 이번 선거에서의 박근혜정부 심판론과 박근혜대통령 동정론에 대해 물으니, “그것은 서울과 여의도(국회)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의 문제의식”이라며 “지방의 책임자를 선출하려는 선거에서 그런 관점으로 해석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의 관점으로 보면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 서울의 박원순과 정몽준만 있는 게 아니라 지역을 들여다보면 지방의 이슈들 가운데 주목할만한 가치가 많이 있다. 언론이 지역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내내 조용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다 가지런한 앞니를 드러내며 활짝 웃기도 했다. 본인 매력의 포인트가 뭐냐고 물었을 때였다. “마음에 느끼는 대로, 마음에 고이는 만큼, (질문을) 들었을 때 침이 고인만큼만 얘기한다. 그런 진정성이 (나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리고 말을 살짝 덧붙였다. “사람들은 잘 생겨서라고 말하지만, 장동건처럼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에 비하면…. 그래도 정치인 중에는 (외모로도) 매력이 있죠. (웃음) ”홍성/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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