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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8 21:52 수정 : 2006.06.09 16:21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국제정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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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추진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이제 별 의미가 없다. 인류사는 통합의 역사이다. 인류는 씨족, 부족, 민족 국가를 거쳐 그 통합의 범주를 초국적 지역과 전 세계로 넓혀가고 있다. 세계화는 자연스런 인류사의 연속선상에 위치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민은 세계화의 수용 여부가 아니라 그에 대한 관리, 활용, 주도 능력 등을 어떻게 함양하느냐에 모아져야 한다. 한 마디로, 세계화 추진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신자유주의 채택의 정당화 사유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적 현실에서 세계화 추진능력의 제고는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대안 경로를 통해 모색돼야 한다.

세계화의 신자유주의적 추진은 정치사회적 무리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세계화가 ‘시장 근본주의’라는 이념에 지배되어 급속히 진행되면 모든 산업과 영역에 걸쳐 시장개방과 경제통합으로 인한 무자비한 구조조정이 단행된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피해와 희생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구조조정을 통한 국가경제의 효율성 제고 노력은 세계화시대의 국가라면 누구나 경주해야 할 지속적인 과제이다. 그리고 구조조정에 따른 일정한 희생과 사회적 비용의 파생은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점진적이어야 하며, 그에 따른 희생은 최소화해야 하고, 그 비용은 사회 구성원 전체에 의해 고루 분담돼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상당한 비용이 급속히 발생하여 그것이 장기간에 걸쳐 특정 계층 혹은 계급에만 집중 부과된다면 사회통합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들의 저항과 반발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의 달성이라는 구조조정의 본래 목적은 성취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사회혼란과 정치불안에 발목이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통합을 유지하는 동시에 세계화를 추진해가는 길은 무엇인가? 분배와 형평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의 가치, 즉 사회통합을 중시하는 것이 진보의 특징이라 한다면 이를 우리는 진보주의적 세계화 혹은 세계주의적 진보의 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사회적으로는 진보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적으로 추진하려는 모순된 정책 기조를 견지해왔다면, 그리고 그 결과가 사회통합의 위기 조짐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통합형 세계화의 추진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이 방식으로 추진돼야 함은 물론이다.

사회통합형 세계화의 핵심은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희생과 부담을 줄여주고 덜어주는 데 있다. 힘과 돈과 여유가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의 짐을 나누어 지는 것이다. 이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라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다. 사회통합은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 시장에서 그 질과 양이 결정되는 사유재가 아니다. 국가안보와 마찬가지로 사회통합 역시 반드시 ‘보이는 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정성에 의해서만이 창출되고 유지될 수 있는 공공재에 해당한다. 그 보이는 손은 바로 정부일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그 손을 자세히 보고 감시하면 되는 것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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