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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30 20:36 수정 : 2006.06.09 16:35

홍승용 인하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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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이 독도 인근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수로탐사를 시도하려다 촉발된 사태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국내 일부에서는 차제에 1998년에 맺은 한-일 어업협정을 파기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파기 주장의 핵심은 두 가지로, 하나는 독도가 명백히 우리 땅임에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어로활동을 하는 중간수역(일본은 잠정수역이라 부름)에 위치함으로써 독도 영유권을 훼손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어장을 협정 체결로 일본 쪽에 많이 빼앗겼다는 것이다.

한-일 어업협정 수역도상에 독도가 중간수역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확히는 중간수역 ‘안’이 아니라, 중간수역에 ‘둘러싸여 있다’는 표현이 맞다. 이는 서울특별시가 경기도에 둘러싸여 있어도 서울특별시의 관할권이 훼손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유엔 해양법 협약 74조는 마주 보는 나라 또는 이웃 국가 사이에 배타적 경계수역에 관한 최종 합의가 있기 전이라도 잠정약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일 어업협정은 잠정약정의 성격으로, 당면한 어업 문제의 해결수단일 뿐 영토 문제나 최종적 해양경계 획정 문제 등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유엔 해양법 정신이다.

또한 협정 15조는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외의 국제법상의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이 협정이 직접적으로 규정하는 어업 이외의 제반 분야에서 각 체약국의 입장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2001년 3월 ‘신 한-일 어업협정에 관한 헌법소원 판결’에서 이 협정이 독도의 영유권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요약하면 현재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분명히 우리 땅이다.

한-일 어업협정이 파기돼야 한다는 주장의 다른 논거는, 이 협정 때문에 우리 어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을 정도로 타격을 받았으며, 협정 파기는 이를 회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한-일 어업협정 16조에 따라 이 협정은 발효 뒤 2002년까지 3년 동안 효력을 지니며, 그 이후에는 어느 일방 체약국이 이 협정을 종료시킬 의사를 서면으로 통고할 수 있다. 통보 후 6개월이 지나면 협정은 종료되며, 그 기간 안에 새로운 협정이 체결되지 못한다면 무협정 상태가 된다.

나라 사이 협상은 ‘이익의 조정’이며, 둘 다 만족하는 이익의 조정이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협상은 치밀한 전략과 인내를 가진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협정 파기를 주장하는 경우 세 가지 측면에서 명백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지금보다 우리 쪽이 만족할 만한 새로운 협정 체결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무엇인지, 둘째, 현재 중간수역과 일본의 배타적 경계수역에 우리나라 입어 어선이 연간 1천척이 넘는데 무협정 상태의 경우 어선나포 등 예상되는 물리적 해상충돌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지, 셋째, 협정의 파기요인으로 등장하는 독도 영유권에 대해 확실한 담보가 가능한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무협정 상태에서 그 일차적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어업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나라 사이 약속으로 점차 안정돼가고 있는 동북아 어업질서 체제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현실적인 대안 없이 어업협정 파기를 주장하는 것은 자칫 국민을 오도하고 국론을 분열시키지 않을까 염려된다.

홍승용 인하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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