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6.26 20:17 수정 : 2006.06.26 20:17

이철호 남부대 교수·법학

기고

성전환증이란 타고난 성에 대해 사춘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정체성 장애를 느끼며 1, 2차 성징을 제거하고 반대의 성에 귀속하려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증상을 지닌 사람을 의학적으로 ‘성전환증자’라고 한다. 성전환증자는 호르몬 요법이나 정신적인 치료법으로 고쳐지지 않으면 본인의 정신적인 고통을 덜고 자신의 신념에 일치되는 해부학적 외관을 지니기 위하여 성전환 수술을 받아 육체적인 성을 바꾸기도 한다.

대부분의 성전환자는 우리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생활하고자 하지만, 육체적 성과 정신적 성의 불일치 현상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성별은 신분관계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항이다. 따라서 성의 구실을 생물학적 기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우리 헌법의 인간상은 사회생활에서 유리된 개인도 아니고 현대적 인간집단의 개성 없는 구성원도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각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인간이라고 볼 때, 성전환증자도 우리 헌법이 상정하고 있는 인간상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성전환증을 앓고 있는 환자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성전환 수술이 행해져 오고 있으며, 의학기술의 발달로 성전환 수술이 성전환증자의 최종적인 ‘치료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현실과 동떨어진 현행법에 매달려 법 공백 상태를 내버려두고 이들을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순히 개인의 편의나 한순간의 심리적 불안을 이유로 한 성별 정정까지도 무조건 허용될 수는 없지만, 성전환증과 같이 ‘질병의 치료’라는 차원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단과 공식적 의료기관의 시술을 거친 성전환은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타고난 성을 인위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성전환증 당사자는 수술을 통하여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길이 열려 인간다운 생활을 하게 되는 반면, 극단적으로 성전환 수술이 범죄나 법질서 위반에 악용될 여지도 있기에 성전환 수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을 사실상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성전환 수술 행위가 국민적 정서나 윤리감정에 부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행위가 사회(구성원)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그들의 인권과 행복 추구권이 방해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성전환 수술을 단지 질병의 치료라는 목적으로 하는 이상 이를 보호하는 것이 인도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 제10조가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도 허용돼야 하고, 그에 따른 성별 정정 및 개명이 법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성전환 수술 뒤 성전환자들이 사회공동체 속에서 새로운 성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성전환자의 성별변경 및 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같은 입법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이철호 남부대 교수·법학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