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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7 18:29 수정 : 2006.06.27 18:29

정순원 /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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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엠 샘>을 기억하는가. 지능 장애로 일곱 살 수준의 지능에 머문 30대 남자 샘. 어느 날, 그의 부인은 샘과 딸을 두고 떠나 버리고 샘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 딸을 키우며 행복하게 지내지만, 딸이 일곱 살 되던 해 아버지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법원의 판결로 딸을 뺏기게 된다. 그러나 샘과 딸의 눈물겨운 사랑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딸을 되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나 역시 아내 없이 아들하고만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다. 엄마의 빈자리는 크게만 느껴지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아이 키우는 매뉴얼 북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자 힘들거나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도 든다.

이혼이 늘면서 한동안 ‘홀어미’(싱글 맘)의 힘겨운 생활 이야기가 쏟아졌 나왔지만, 아직도 이혼한 부부의 자녀 양육은 엄마들 몫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은 경제적 이유로 가출하는 주부도 늘어나고 있고, 이혼 후 자녀 양육을 거부하는 엄마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홀아비’(싱글 대디) 이야기도 자주 들려온다. 통계청 집계로, 이혼과 아내 가출 등으로 남자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싱글 대디 가정은 24만 가구가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이는 공식적인 수치일 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까지 합하면 훨씬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싱글 맘 못지않게 싱글 대디에도 이제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싱글 맘이 주로 경제적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면 대다수 싱글 대디들은 그뿐 아니라 가사·자녀 양육·교육 등 익숙지 않았던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느라 또다른 어려움을 느낀다. 잠시나마 직장을 접고 육아와 가사에 전력을 다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바탕도 워낙 적은데다 드러내놓고 도움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싱글 맘이 부각되는 것과는 달리 싱글 대디의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이혼을 받아들이는 남자와 여자의 마음가짐의 차이에도 있다. 이혼을 한 후 여자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자기 내면을 추스르며 외부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반면, 남자들은 체면과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며 ‘실패’했다는 생각에 가급적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사고의 영향 탓이다.

우리 사회는 엄마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아빠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편견이 더 크다. ‘남자가 얼마나 못났으면 …’하는 동정의 눈길. 혹은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으면 …’이라는 편견과 차가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는 ‘아이를 버리고 도망갈까봐’ 혹은 ‘살림을 게을리 해서 집을 지저분하게 쓸 것이다’라는 이유로 집을 구할 때도 불리하다고 한다.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심한 이혼남들은 아이들의 교육마저 포기하기도 한다. 형편이 좋지 않은 경우 사회로부터 관심과 일정 부분의 도움도 받는 여성과는 달리 남성은 아직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혼율 증가와 함께 ‘한 부모 가정’도 급속히 늘고 있다. 그리고 싱글 대디 역시 어엿한 하나의 가정이다. 물론 이혼이 자랑스럽고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면, 그것 역시 사회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존중해 주어야 할 일이다. 그래서 홀로 된 아빠와 아이들도 더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정순원 /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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