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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3 19:42 수정 : 2006.07.04 17:19

배규식 위원

지난달 30일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를 포함한 대공장 중심의 13개 노조 8만7천명의 조합원들이 산업별 노조로 전환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의 전체 조합원 62만7700여명(공무원노조 제외) 중에서 산별노조 조합원이 36만9000명, 기업별노조 조합원이 25만8700명으로 산별노조 중심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남은 기업별 노조들도 산별노조 전환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별노조로 전환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국외 생산의 확대, 모듈 생산, 외주·하청 생산의 증가로 말미암은 고용불안의 심화가 가로놓여 있다. 대기업노조의 이기주의와 비정규직 외면에 대한 안팎의 비판, 노조간부들의 부패와 분파 심화 등 노동운동의 위기도 산별노조 전환에 한몫을 했다. 노조는 산별노조 건설을 통해 고용불안에 대한 전략적 대응, 비정규직을 끌어안는 연대 강화, 기업별 노사담합과 실리주의의 극복, 각종 법제도 개선 등을 달성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노사에 새로운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노사관계로 나아가는 시작일 뿐이다. 노사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새로운 산업별 노사관계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산별노조 전환을 두고 사용자들은 우려가 높다. 대규모 파업 가능성, 산별과 기업별 이중교섭에 따른 교섭비용 추가 발생, 산별노조와 기업별노조의 병존 등에 따른 우려가 그것이다. 산별노조에 대한 사용자들의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신문의 산별노조에 대한 사실왜곡과 맞물리면서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

산별노조는 2007년 1월 초부터 시행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계기로 사용자들에게도 일정한 기회를 제공한다. 산별노조는 노조의 기업 외부화, 산별교섭은 노사갈등 요인의 기업 외부화를 의미하며, 사용자들은 기업 내부에서 노동력의 기능적 유연성을 활용할 수 있다. 또 노사갈등이 생산활동에 끼치는 영향도 줄어든다.

산별노조에도 장밋빛 미래만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노조 내부적으로는 대공장부터 비정규직에 이르는 이질적 요소의 통합, 노조 내 재정과 전임간부들의 분배 등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복잡한 문제가 가로놓여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시간공제, 산별노조 간부들의 사업장 출입, 조합비 일괄공제, 기업 내 노조사무실 존속 여부, 사용자의 산별교섭 거부, 교섭의제, 산별과 기업별 교섭과의 관계 설정, 산별과 기업별 협약과의 효력, 이중교섭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기업별 노조의 산별노조 전환에 따른 다양한 노사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산별노조의 전략적 사고, 유연한 대응, 실사구시적 정책이 긴요하다. 산별노조는 노사 타협적인 방식으로 위의 잠재적 노사갈등 쟁점들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정부는 기존의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의 기초 위에 설계된 법·제도·관행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노사가 산별체제 이행과 관련된 노사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중립적인 조정자의 구실을 통해 산별체제에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배규식/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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