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7.06 18:54 수정 : 2006.07.06 18:54

박태상 방송대 울산지역대학장·국문학

기고

최근 장안의 화제는 영화와 드라마로 동시에 늦가을께 개봉될 〈황진이〉로 쏠리고 있다. 영화와 방송계 종사자들의 관심은 세 가지 점에 몰려 있다. 하나는 북한 소설의 원작 판권을 남한 영화사가 최초로 샀다는 점이 화제다. 다른 하나는 영화 〈황진이〉의 주연을 누가 맡느냐는 점이다. 마지막 하나는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방영되었을 때 누가 극본을 쓰느냐는 것과 다시 퓨전사극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실 영화 〈황진이〉는 1986년 배창호 감독이 장미희, 안성기 주연으로 제작하였으나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한 사극이다. 물론 배창호 감독 말고도 이전에 많은 감독들이 만들었지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또 이는 이태준, 박종화, 안수길, 정비석, 유주현, 최인호, 김탁환, 전경린 제씨들이 장편소설로 창작해 많은 독자층을 확보했던 작품이다. 특히 2003년에는 벽초 홍명희의 손자인 북한 작가 홍석중이 〈황진이〉를 지어 중국 베이징 도서전시회 북한 부스에 내놓아 외신들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홍석중의 〈황진이〉는 필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계간지 〈통일문학〉에 3회 분재로 처음 남한 독자들에게 선을 보였지만, 통일부의 허가 보류로 어려움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당시 통일부 실무자들을 설득하는 동시에 〈한겨레〉에 ‘황진이는 출판되어야 한다’(2003년 12월26일치)는 칼럼을 써서 여론을 환기한 끝에 남쪽 출판사에서 최초로 간행될 수 있는 길을 열었던 것이다.

‘황진이’가 21세기의 들머리에 다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강하게 불어 닥친 포스트모더니즘의 ‘장르의 혼재’ 내지는 복고풍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문화조류의 유입은 퓨전사극의 돌풍을 가져왔다. 이를테면, 드라마 〈대장금〉의 동남아 전역에서의 인기와 〈왕의 남자〉 1200만 관중 돌파, 그리고 드라마 〈주몽〉과 〈서동요〉의 꾸준한 인기를 보기로 들 수 있다. 사실 패러디적인 요소가 강한 이러한 작품에 의한 문화적 추동력은 새 문화 창조에 대한 창의력의 결핍으로 나타날 수도 있었지만, 중국의 동북공정 추진과 일본과의 독도분쟁이란 대외적인 요인으로 말미암은 민족주의의 출현으로 부정적인 요소들이 잠복되었다.

둘째, 전경린의 장편 〈황진이〉의 인기가 말해주듯이, 페미니즘의 여파로 말미암은 독자층의 관심 증대를 한 요인으로 제시할 수 있다. 영화의 원작이 될 홍석중의 〈황진이〉에서 여주인공 황진이는 주체성이 매우 강한 인물로 묘사된다. 곧 자신이 품에 안을 상대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에서 콘트라 섹슈얼을 즐기는 새로운 젊은 여성들의 의식흐름에 부합한다.

마지막으로 북한 미사일 위기로 남북관계와 동북아 정세가 뒤꼬여가는 현시점에서 영화 〈황진이〉는 남북 문화교류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봉일에 맞추어 원작을 쓴 북한 작가를 서울에 초청한다든지,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 개봉을 시도하면서 개성관광 상품과 연계시키는 등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 요소들을 많이 안고 있다. 올가을에는 황진이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 분명하다.

박태상 방송대 울산지역대학장·국문학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