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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6 19:25 수정 : 2006.07.06 19:25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특별기고

지난 8년 동안 북한의 장군에게 대외정책의 우선사항들과 배치되는 미사일 시험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는 것은 분명 분통터지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시험을 막아 온 김정일과 북한 외교관들에게 최근 몇달간의 사태는 1998년 이후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가 대외정책 면에서 이롭다고 주장하는 것을 점점 힘들게 만들었다.

미, 경제제재로 ‘정권교체’ 추진

미국이 6자회담을 무시하며 국제금융시스템에 대한 북한의 접근을 막자. 북한은 국제적 관심을 끌고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결심하게 됐다. 4일 시험발사의 결과는 북한 군부나 외교관들 모두에게 불운한 것이었다. 군부의 몇몇은 자리를 내놔야 할 수도 있다. 북한은 대포동2호가 발사 42초만에 폭발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큰 낭패를 보고 있다. 가공할 군사력을 과시해 외부로부터의 존중과 외교적 힘을 얻기는 고사하고, 평양은 군사적 후진성을 드러내며 미국과 남한, 일본의 군사력과 기술력을 뛰어넘기가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줬다. 또 협상에 반대하는 워싱턴과 서울, 도쿄의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해 줬을 뿐이다.

김정일이 왜 도박을 벌이게 됐는가를 이해하려면 지난 9개월간 미국 재무부가 북한을 재정적으로 압박하려는 조처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사일 발사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미국 재무부의 옥죄기에 대한 반응이다. 이 시험은 군사적인 이벤트라기 보다는 미국의 경제적 옥죄기에 직면한 평양의 점증하는 경계감의 징후로 봐야 한다.

체니 등 매파, 효과 보자 ‘느긋’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은 제재가 북한 정권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고 자랑한다. <뉴스위크> 기사에서 그는 금융기관들이 제재조처를 알게되면서 “눈덩이, 눈사태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 마침내 북한 정권에 실질적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았”는데 “전세계에서 북한의 현금 출처를 추적”하는 것이라고 <뉴스위크>는 결론지었다. 북한이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수퍼노트) 세탁에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을 이용한다고 미국이 비난한 뒤 지난해 마카오 금융당국이 이 은행의 북한 자산 2400만달러가 동결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지난해 12월13일 미 재무부가 “전세계 금융기관”들을 향해 북한과의 은행거래를 제한하거나 거절하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웹사이트에 올린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권고문은 방코 델타 아시아에의 접근이 차단된 북한이 “다른 금융기관들을 찾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일 정권이 위조지폐와 마약 및 담배 밀매, 미사일 수출로 번 돈을 세탁하는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는 것이다. 권고문은 또 미국 금융기관들은 “북한이 금융서비스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하고 “세계 금융기관들도 비슷한 예방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밀접하게 연결된 오늘날의 금융 환경에서,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외국 은행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달러로 거래하는 금융기관이라면 미국 거래은행에 계좌를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무부의 권고는 북한한테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불법거래에 대해 소소한 증거들만을 제시했을 뿐이다. 더구나 최근 것은 없다. 나는 지난달 15일 대니얼 글래서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를 만나 관련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했다. 그가 내놓은 유일한 사례는 1996년 한 북한인이 방코 델타 아시아에 위조지폐 60만달러가 든 배낭을 들고 온 사건이었다.


나는 또 방코 델타 아시아에 동결돼 있는 북한 자산 2400만달러가 위조지폐 내지는 다른 불법행위들과 연관이 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50개 계좌에 분산된 2400만달러가 전산망상에 있는 게 아니라 지폐 다발 형태로 돼있고, 재무부 비밀조사국이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해 정밀실사를 벌이고 있다고 답했다. 글래서 차관보는 조사가 얼마나 걸릴 지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고위 정보당국자는 “3~4개월쯤”이라고 말해 줬다.

나는 글래서 차관보한테 50개 계좌 전부 또는 대부분이 북한의 합법적인 무역 및 투자 활동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을 질문했다. “아직 모른다”는 게 답변이었다. 재무부의 권고가 합법 거래와 수상한 거래를 한묶음으로 다루는 게 아니냐고 하자, 글래서 차관보는 “북한과 거래하지 말라고 한 게 아니라, 북한은 위험도가 높은 고객이라고 말해 줬을 뿐이다. 은행들은 북한과 거래하는 게 적절한지 재검토해야 한다. 내가 은행이라면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거다”고 대답했다.

북, 출구 없어 무력시위 호소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재무부 조처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런 압박으로 북한이 6자회담으로 돌아오도록 강제한다는 게 미 행정부 노선이다. 하지만 국무부의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부시 행정부는 중국과 남한이 대처하기 곤란한 새로운 방식으로 “정권 교체”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사일 발사라는 수를 둔 것은,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고 주의를 끌기 위해 벌인 절망적이면서도 거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이상야릇한 결과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선제공격 제안과 딕 체니 부통령의 거부다. 1998년 미사일 발사유예 협상을 진행한 페리 전 장관이 선제공격을 주장하고, 매파인 체니 부통령이 자제를 얘기하는 것은 놀라운 반전이다. 물론, 체니 부통령은 자신이 주도한 제재로 “정권 교체”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기에 여유를 부릴 이유가 있다. 페리 전 장관의 제안을 놓고 <시엔엔>과 한 인터뷰의 행간을 읽자면, 체니 부통령은 북한을 실로 두려워하지도 않고, 이라크나 이란처럼 석유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나라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는 1998년 8월16일 북한이 일본 상공에 쏘아올린 인공위성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은 그 때도 지금처럼 다른 방식으로는 관심을 끌지 못했었다. 그 해 5월9일 김영남 당시 북한 외무상은 내게 “미국은 제네바 기본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군부는 적절한 군사역량을 개발하고 내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미국이 신의를 지키지 않으면 좋지 않은 결과가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즉 문제는 지금처럼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었다. 김영남은 미국의 신의는 경제제재를 끝내고 “관계 정상화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인데, 제재는 우리의 붕괴를 바라는 차원에서 가해지는 압박임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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