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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09 22:48 수정 : 2006.07.09 22:48

이장희 한국외대 대외부총장·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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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7월5일 새벽 3시부터 많은 국민과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국을 정치적으로 압박하여 북-미 간의 진정한 대화를 이끌어내려는 협상용으로 보고자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주권국가는 미사일 주권이 있으며, 시험용 미사일은 미사일이건 인공위성이건 이는 북한의 정당한 자주적 권리로서 미·일 양국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 며칠 전 러시아는 탄도미사일 시험을 하였는데, 이를 두고서 미·일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9·19 6자 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금융제재, 인권, 마약 등으로 연이어 압박을 가하며 북한 적대 정책을 전혀 바꾸지 않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일본한테도 큰 원인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목적이 북-미 대화 유도용이라고 하더라도 미사일 발사는 문제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일본의 우경화와 동북아 각국의 군비증강에 빌미가 된다. 나아가 무력시위로 비치어 남북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남한과 국제사회 등 많은 평화세력의 입지를 매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군사적 모험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국내외 보수세력의 압력에 지나치게 휘둘려 이 문제를 너무 과거 냉전시대 흑백논리에 입각해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평화번영 정책의 근간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에 할 얘기는 하는 의연하고 당당한 대처가 바람직하다. 11일 부산에서 예정된 남북 장관급 회담도 그대로 개최하여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정말 비이성적으로 나오면 그때 가서 비료와 쌀 지원을 유보하는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1998년 11월 금강산관광 뱃길이 열린 이듬해 서해교전과 동해 간첩선 침투 당시 우리는 지금보다 더 심한 국내외 보수세력의 대화중단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의연하게 인내심을 갖고 국민과 국제사회, 북한을 설득했으며, 2000년 6·15 공동선언이라는 역사적 위업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기반을 조성하였다. 이것이 외국인들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 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타개의 큰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는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위기라는 말에는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내재돼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미사일 발사라는 위험스러운 상황을 남북관계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신뢰구축의 기회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독일이 통일될 때까지 약 4만번의 시행착오가 되풀이됐다고 한다. 우리는 긴 호흡으로 남북관계와 동북아평화를 바라봐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비이성적인 행위에는 단호히 대처하고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러나 대화의 틀 속에서 엄정히 대처하되 상황의 추이를 보아가며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결코 제2의 대북송금 특검법 처리로 비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미사일 문제의 핵심 해법은 간단하다. 미국이 북한 적대 정책을 철회하고 진심 어린 대화와 9·19 6자 회담 공동성명을 준수하면 된다. 정부도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대외 부총장·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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