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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2 19:41 수정 : 2006.07.1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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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 버웰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반환될 미군기지의 환경치유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지난 10일 주한미군은 캠프 님블, 캠프 카일, 캠프 시어즈 등 이미 폐쇄된 미군기지를 정화조처 없이 오는 15일 일방적으로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미국 쪽의 이러한 신속한 대응은 한국 국민들이 이 문제에 관하여 전반적으로 무관심하고 심지어 한국 정부 안에도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며, 환경문제보다는 한-미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여론이 많다는 판단에 기인한 듯하다.

미국의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한국과 미국이 2004년 체결한 한-미 연합토지관리 계획 협정과 용산기지 이전협정에 위반되는 것이다.

첫째, 두 협정에는 “오염된 구역을 치유하는 데 필요한 그 밖의 연합 토지관리 계획상의 조치가 주둔군지위협정(소파) 및 관련 합의에 따라 이루어지는 데 합의한다”고 되어 있다.

한·미 양국은 2003년 소파 합동위원회에서 반환기지의 환경조사와 치유 절차에 관하여 합의한 바 있다. 절차 합의서를 보면, 양쪽은 환경조사를 공동으로 벌인 뒤 적합한 치유 수준, 치유 방법, 사후관리 방안과 일정을 협의하고 협의사항을 적절히 고려하여 치유조처를 계획하고 시행한 뒤 기지를 반환한다고 합의하였다. 미국 쪽이 15일 반환하겠다고 발표한 미군기지의 경우 한국 쪽이 요구한 협의사항을 무시하고 치유 조처 없이 일방적으로 반환하겠다는 것이므로 합의사항을 위반한 것이다.

둘째, 2003년 합의를 보면, 이 절차에 따르는 어떠한 정보의 배포라도 소파 환경분과위원회 양쪽 위원장의 승인을 얻어 실시하기로 돼 있다. 한국 정부는 이 합의사항을 준수하여 시민단체의 계속적인 정보공개 요청을 거부한 채 미군기지의 오염실태와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을 공개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미국은 6월 초 벨 사령관이 언론을 상대로 환경치유 협상에서의 한국 쪽 입장을 일부 공개하며 강력하게 비판함으로써 합의사항을 위반하였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일방적인 태도와 조처는 한국 정부가 인내심을 가지고 소파의 정신과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고 기울여 온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미군 쪽이 공개적으로 기지이전 협정의 내용을 위반하고 그 이행을 거부하고 나선 만큼 한국 정부는 미국에 이와 같은 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미군기지 접수를 거부하고 기지 이전 진행을 중단할 수 있다. 미군 쪽의 일방적인 기지반환을 아무 조건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반환기지 오염의 책임에 관한 미국 쪽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셈이 되고 앞으로 미국 쪽의 성의있는 조처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미국 본토의 경우, 폐쇄되는 기지의 환경오염을 조사하고 정화계획을 수립하는 데만 6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을 정도이고, 국방부가 계획한 폐쇄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미국 본토 안에서 환경문제에 관하여 이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다루어 온 미국 국방부가 한국 정부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기지이전 협정이 정한 반환 예정일보다도 앞당겨 미군기지를 서둘러 반환한다는 것은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며, 소파 및 관련 합의가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상호협력과 합의에 따른 문제해결이란 정신을 송두리째 저버리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일방적인 조처는 소파가 좀더 대등하고 평등하게 만들어지고 이행되기를 바라는 한국 국민들의 바람에 역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채영근 인하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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