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7 18:10
수정 : 2006.07.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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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민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 환경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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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 미사일이 떨어진 곳이 일본해인가, 동해인가? ‘일본해’로 세계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이 바다의 지명에 대한 국내 여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바다 이름은 기본방위, 민족, 발견자, 바다 연안의 지명, 바다의 특성, 유입 강 이름, 인접 지역명, 국가명 등을 근거로 붙인다. 동해의 이름도 누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져왔다. 낙랑해, 동해, 대해, 발해, 경해, 동양해, 태평해, 청해, 조선해, 서해, 북해, 일본해, 조선동해 등이다. 이제 한·일 양국이 서로 주장하는 동해/일본해는 기본방위와 국가명이라는 두 가지 근거가 서로 충돌하는 셈이다.
4개국이 공유하고 있는 바다를 특정 국가의 이름을 갖고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특정 시점에서 보는 방위를 갖고 이름을 붙이는 것도 어색하다. 내 고향 울진에서 앞바다를 보면서 일본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듯, 반대편 니가타 시민들이 그들의 서해를 보며 동해라고 부르는 것 역시 맞지 않다. 또 이 바다에 접하는 각국의 연안 길이를 보면 남북은 1천여 킬로미터에 이르지만, 일본은 2200킬로미터가 넘는다. 즉 일본이 접하는 바다의 면적은 남북한 보다 훨씬 넓다. 그런데 우리의 기준으로 일본인들에게 서해인 것을 동해라고 부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한가?
또 ‘동해’는 고유명사이기보다 보통명사이다. 그저 어느 관점에서 바다를 보느냐에 따라 사용될 수 있는 말이다. 기본방위를 이름으로 한 ‘북해’가 유럽에 있기는 하지만, 유럽대륙의 관점이라는 점에서 동서로 공유된 폐쇄해역인 동해와는 차이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동해라는 말이 여러 곳에서 사용된다는 점이다. 독일과 덴마크는 발트해를 동해로 부르고, 베트남도 남중국해를 동해라고 부른다. 따라서 동해라는 말은 우리가 우리의 동해를 위해 독점적으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굳이 동해라는 말을 사용하려면 북한에서 사용하는 ‘조선동해(East Sea of Korea)’처럼 한국동해(East Sea of Korea)로 주장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러시아와 일본 쪽에서 볼 때 적절한 이름이 아니다.
동해/일본 해와 같은 조건임에도 이런 정치적 문제가 없는 바다가 우리에게 있다. 황해(Yellow Sea)이다. 우리에게는 서해, 중국에게는 동해이지만, 모두가 황해로 부르고 국제적으로 그렇게 공인되어 있다. 그래서 황해 같은 묘안이 필요하다. 역사적 연원과 바다의 특성을 고려해서 국내의 여러 학자들은 ‘청해(Blue Sea)’ 같은 중립적인 이름을 거명하기도 했다. 이 이름은 유엔환경계획의 지역해양환경 프로그램으로서 남·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가 1994년에 발족한 북서태평양실천계획이 대상 해역인 동해/일본해의 명칭 문제로 난관에 처해 있을 때 한국 쪽에서 대안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중립적 명칭을 우리가 먼저 꺼내는 것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치열한 한-일 간의 대립관계에서 우리가 먼저 물러서는 것이니 전술적으로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영토를 잃고 명분을 잃는 것도 아닌데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이제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남상민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 환경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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