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4 18:23
수정 : 2006.07.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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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경 관동대 스포츠레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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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내 3대 체육단체 가운데 하나인 국민생활체육협의회(국체협) 회장 인선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비화하면서 체육계는 물론 정계에까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태의 파국은 회장 공모 초기부터 정치적 중립 인사 선출 원칙을 천명해 온 문화관광부의 입장을 국체협이 사실상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 회장 선출을 강행할 때부터 예견됐다.
체육단체장의 정치인 영입이나 선출은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힘있는 정치실세들이 관행처럼 체육단체장을 맡아왔고, 심지어 공모를 거쳐 선출된 단체장인 경우에도 낙하산 인사나 보은 인사로 얼룩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체육단체장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공모나 경선, 추대 같은 합법적인 절차와 모양새를 갖추어 선출되긴 했지만 정부 고위층이나 특정 정당과 끈끈한 연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번 국체협 회장 승인 거부 파동에 대해 당사자나 해당 단체에서 거세게 반발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더욱이 그동안 중요 체육단체장 인사 때마다 체육계와 무관한 정치인이 독점해 왔음에도 침묵이나 동조로 일관한 문화관광부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조처는 옹색하기 그지없는 처사다.
그럼에도 이번 파동은 그동안 체육단체장을 정치적 쉼터나 시혜의 수단으로 여겨 오던 정치권이나 정부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체육인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하는 바가 제법 크다. 또 내부로부터의 개혁이나 자구 노력은 하지 않고 실세 정치인의 힘에 기대어 조직발전을 꾀하던 일부 체육인의 얄팍한 술수와 근시안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발상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치인이 정치적 입지나 영향력 강화를 위해 체육계를 기웃거리는 것은 나름대로 이해가 간다. 그러나 실세 정치인의 힘에 기대어 현안을 일시적으로 해결하고 단체의 힘을 키워보려는 얄팍한 속내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정치적 환경과 상황은 수시로 변하고 정치권력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이번 파동이 정치적 의도나 형평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진정성을 믿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관광부는 이번 조처와 관련하여 자신의 입장을 항변하고 강요하기보다는 그동안 체육계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여론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한국 체육은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체육단체 구조개혁을 포함하여 경영혁신 및 체질개선 등과 같은 체육계의 산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체육을 사랑하고, 체육계 현안에 정통한 전문가적 식견과 역량을 겸비한 체육인 출신의 시이오(CEO)형 리더십이 요구된다. 지난해 문화관광부 산하 16개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국체협을 비롯한 체육단체들이 줄줄이 최하위를 차지한 것은 정치인 출신 단체장 영입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같은 문화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하위권을 맴돌다가 전문경영인 출신 시이오를 발탁하면서 3위권으로 도약한 것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진경 관동대 스포츠레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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