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30 18:45
수정 : 2006.07.3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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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주 /주택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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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기 판교에서 8월에 공급할 중대형 주택의 공급가격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쟁점은 적정 분양가격 및 시세차익에 대한 배분의 사회정의 문제다. 부동산가격이 오르고 부동산에서 우발이익이 많이 발생할수록 정책은 사회적 정의의 관점에서 부정의를 최소화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판교는 투기를 막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주택공영개발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이 때문에 공공택지의 소형아파트에만 적용하던 표준건축비 기준의 분양가상한제가 중대형아파트까지 확대된다. 분양가상한제는 사실상 원가연동제이므로 주변 아파트보다 분양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여기서 발생하는 시세차익은 주택채권입찰제를 통해 국민주택기금으로 환수한다. 이처럼 주택공영개발은 주택을 적정가격으로 공급하고, 중·고소득층에게 돌아갈 우발이익은 무주택 저소득층의 내집마련을 촉진하는 국민주택기금으로 환수하여 장기 주택자금으로 쓰이는 바람직한 제도다.
하지만 종래의 관점에서 보면 일부 계층은 판교 공영개발이 못마땅할 뿐이다. 건설업체는 분양가 자율화에 따라 주변의 아파트가격을 기준으로 분양하여 챙겼던 이익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중대형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주변 시세의 90% 범위에서 분양가와의 차이만큼 채권을 매입해야 하므로 우발이익이 크게 줄어든다. 더욱이 주택시장이 안정된다면 시세차익이 없을 수도 있어 채권매입액 결정이 쉽지 않다. 판교를 주택공영개발지구로 지정한 것은 이런 점들을 기대하여 분배의 부정의를 제거하기 위한 정책의 선택이다.
채권입찰액을 포함한 판교 중대형아파트의 실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90% 수준에 이르러 서민들의 판교 진입을 어렵게 하고,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의 집값을 인정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중대형아파트는 대상 계층이 중·고소득층이다. 그런데 채권입찰제를 적용하지 않고 원가연동제만 실시하여 분양가격만을 낮추면 서민들이 모두 판교에서 내집마련이 가능할까?
우선 3월 분양에서 본 바와 같이 공급물량 때문에 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시세차익이 커질수록 시중의 유동자금을 투기자본화하여 청약열기를 더욱 과열시킬 것이 뻔하다. 그리고 주변지역까지 관심을 증폭시켜 주택시장을 더 불안하게 한다. 채권입찰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여 한탕주의를 없애고 실수요자 위주로 내집마련을 촉진할 것이다. 3월에 분양한 중소형아파트는 채권입찰제를 실시하지 않아 공급가격이 저렴하였지만 당첨자 중 50명이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보도됐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행운을 잡았지만 집값을 마련할 수 없어 10년간 재당첨 금지의 불이익만 받고 계약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서민의 이름으로 모든 정책을 비판하는 성향이 있다. 채권입찰제 없이 원가연동제만 실시한다면 당첨자는 엄청난 우발이익을 가져갈 것이다. 하지만 채권입찰제로 거두는 우발이익은 국민주택기금에 귀속되어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과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데 쓰여 국민의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한다. 사유화되는 우발이익을 서민을 위해 확실하게 사용하는 제도가 주택공영개발제도다.
박헌주 /주택도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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