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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7 18:45 수정 : 2006.08.0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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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이라크 전투부대 파병에 대한 찬반 여론이 한창 들끓고 있던 때, 이른바 군 원로라는 분들이 국방장관을 불러다 놓고 “장관이 소신을 가지고 파병을 적극 건의하지 않고 도대체 뭐 하고 있느냐”라고 호통을 친 적이 있었다. 이라크 파병이 과연 잘한 일이었는지 잘못된 결정이었는지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양심속에 이미 답이 나와 있다. 명분 없는 불의한 침략전쟁이라 판명되었기 때문에 대다수 나라들이 철군하고 있는 실정이다.

군 원로 분들은 그때 자신들의 항변 효과가 컸다고 여겼던지 최근 또다시 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연기를 요구하며 나섰다. 이들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느냐는 차원에서 미군의 눈치를 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때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원로라는 분들의 훈계적인 우격다짐에 대해 윤광웅 국방장관이 호락호락 어물어물하지 않고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의견을 개진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세상이 크게 변하여 과거에 장관을 했고 별을 많이 달았다는 이유 때문에 그들의 말에는 무게가 실리고 주위는 초라해지던 그런 권위주의 시대는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윤 장관의 설명을 두고 예의 냉전수구 신문은 ‘정권안보’적 사고라는 둥 선동적인 말장난을 꾸며 트집잡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군의 정보 능력이 형편없이 부족하고 전쟁 억지력이 전무한 것처럼 난리를 치는 군 원로들의 일갈을 침이 마르도록 지지하고 두둔한다. 국민 수준을 너무 얕잡아보고 있는 것 아닌가?

군 원로들이 “우리 때에는 상황이 여의치 못해서 할 수 없었지만, 다소의 난관이 있다 하더라도 전시 작전통제권만은 반드시 조기 환수해야 합니다. 주권국가 군대의 존재 이유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국가적 자부심의 문제입니다. 자신을 가지세요! 이제 우리의 경제력이나 남북한의 경제·군사력 비교 면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식 수준이 이를 감당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눈치를 그렇게 봅니까”라고 고무·격려하는 그런 세상이 언제쯤 되어야 오려는지.

사실 군 원로라는 분들의 주장은 안보상황에 대한 인식이 냉전시대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주한미군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그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식의 ‘미국 의존’에 길들여져 있음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동안 수도 없이 써먹은 동맹 타령을 지금도 계속하는 데 대해 국민들은 식상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국방의 최고 원로들이라면 무엇보다 시류에 흔들림 없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자주적 국방 철학과 사상이 확고히 정립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상식선에서 판단이 서는 지극히 단순한 사안이다. 아전인수격의 구구한 설명 이전에, 진정으로 주권국 국민으로서 자존심을 가지고 자주적 안보관을 견지해 왔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에 따라 견해가 갈라질 뿐이다. ‘전시 작전통제권을 신속히 환수하라!’ 이것이 진정 군 출신 원로다운 당부가 아니겠는가?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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