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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13 18:52 수정 : 2006.08.13 18:52

이해학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상임대표·성남주민교회 목사

야스쿠니에 평화의 촛불을!

지금 우리는 그 옛날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길을 다시 가고자 한다. 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탈과 대외 침략의 정신적 본산인 야스쿠니 신사로 우리는 가고자 한다.

분사 거부·참배 강행은 동북아에 대한 도발

과거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으로 붕괴된 조-일관계를 회복한, 평화와 우호선린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양국의 문화가 만나던 조선통신사의 길은 통곡과 원한의 길이 되고 말았다. 일제강점기 우리 동포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고향을 뒤로 한 채, 징병·징용·군위안부로 일본 각지는 물론 사할린의 동토와 남양군도 등 이역의 사지로 끌려갔던 길이기 때문이다. 끌려간 숱한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침략전쟁의 도구로 혹사당하다 끝내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원혼들이 희생자의 유지나 유족의 뜻과 무관하게 가해자들의 손에 의해 야스쿠니 신사에 전쟁신으로 모셔졌다. 야스쿠니 신사는 아시아의 히틀러라 할 도죠 히데키를 비롯한 A급 전범을 안치하고 있는 군국침략 신사이다.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끌려가 희생당한, 무려 2만여명이 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영혼이 이들 범죄자와 함께 60년이 넘도록 ‘합사’라는 미명 아래 억류돼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 신사가 유족들의 애타는 절규와 항의에도 아랑곳없이 합사 취소를 거부하는 것은 영혼에 대한 모독이요, 반인륜적 망동이 아닐 수 없다.

도발적 범죄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각료들은 주변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매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해, 동북아시아의 갈등과 긴장을 증폭시켜 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전쟁 범죄에 대한 사과는커녕 A급 전범 등의 분사와 억류된 영혼의 봉환 등 최소한의 조처조차 외면하고 있고, 올해도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죽어서 야스쿠니 신사에서 만나자”는 말이 보여주듯, 야스쿠니 신사는 천황의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기려진, 침략전쟁의 상징이요 신앙의 대상이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이웃나라의 고유한 민족문화와 종교관을 파괴하고 황국사관을 주입시켜 천황의 신민이 될 것을 강요했던, 침략신사의 본산이며 사실상의 군사시설이었다.

일본과 국제사회에 평화 메아리 울리길


따라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행위이다. 야스쿠니 문제를 비롯해 교과서 왜곡, 평화헌법 폐기,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둘러싸고 현재 일본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군국주의 우경화 추세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가로막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일본에 크나큰 불행을 초래할 역사적 반동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동아시아 각국의 평화세력은 물론 세계의 양심세력과 연대해 불행했던 과거를 직시하고 야스쿠니 신사의 반문명성을 국제사회에 고발하고자 야스쿠니반대 공동행동위원회를 조직하게 됐다. 지난 7월20일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 데 이어, 이제 평화통신사의 이름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무주고혼(無主孤魂)들의 넋을 돌려받고 침략과 전쟁 없는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위해 어둠에 싸인 야스쿠니에 평화의 촛불을 밝히고자 한다.

이번 도쿄 국제행동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양심적인 세계시민들이 뜻을 함께할 것을 확신하면서,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염원이 일본과 국제사회에 메아리로 퍼져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해학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 상임대표·성남주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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