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7 21:36
수정 : 2006.08.1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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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우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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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할인점들이 때아닌 ‘배추 폭탄 세일’로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여름철의 폭우와 폭염으로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산지농가와 계약재배로 6개월 전부터 물량을 확보한 할인점들은 시중값의 절반 수준으로 채소를 내놓고 있다.
올여름 폭우는 20여년 만에 집중호우를 강원도에 몰고 와 많은 피해를 주었다. 피해복구에 노력하는 민·관·군의 노력 속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 수해 피해자들은 환경생태를 중요시하는 분들의 댐 건설 반대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이는 소나무를 간벌하여 쌓아둔 나무가 댐 같은 구실을 해서 집중호우로 쏟아진 물을 가두었다가 일시에 아래쪽으로 흘려 내려보내 피해가 증대되었다고 한다. 또한 일부 방송에서는 대관령 초지나 경사지의 고랭지 채소를 문제 삼기도 했다.
고랭지 채소 농가들은 수확을 앞둔 배추나 감자가 씻겨 내려간 것을 보면서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홍수의 원인이 고랭지 채소 재배에도 있다는 일부 보도로 가슴 아팠고, 지금은 계약 재배로 말미암아 폭우 속에 건져낸 채소를 싼 값에 넘겨야 한다.
우리는 고랭지 채소 농가들의 노력으로 여름에 결구배추로 만든 김치를 먹을 수 있었다. 젊은 세대들은 모르지만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 모두 여름에는 열무김치만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평지에서는 고온 탓에 결구배추를 생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의 국도가 넓어지면서 포장이 되고 고속도로가 건설되는 한편, 고랭지 배추 품종의 육성과 재배 방법이 확립되면서 여름 고랭지 배추 재배가 전국적으로 해발고도 600m 이상 산간지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난 현재 전국의 여름배추 재배 면적은 전체 배추 재배 면적의 약 20%(약 6500㏊)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하였다. 따라서 고랭지 채소 재배는 우리의 여름 김치 생산과 수출용 김치 재료를 확보하자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집중강우 때 토양 침식을 최소화할 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선, 대관령 같은 고랭지에서는 배수로를 철저히 확보하고, 경사지에는 일정한 구간마다 키 작은 나무들을 남겨서 녹색띠와 같이 완충지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울러 농가는 산사태가 나지 않도록 너무 가파른 곳에서의 재배는 피하고, 가능하면 골을 등고선을 따라 만들고, 토양에 퇴비를 충분히 주어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높인다면 침식과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노는 땅에는 호밀이나 기타 다른 피복식물을 심는 것도 강우로 말미암은 침식을 막는 한 가지 방법이다.
우리가 즐겨먹는 김치의 원료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반값이 아닌 제값을 받는다면 강원도 고랭지 채소재배 단지의 농민들도 토양 침식이나 홍수 대비 농법에 더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침 올해는 1906년 서울 뚝섬에 한국의 근대농업 연구를 하고자 권업모범장이 설치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원예학회는 전세계 80 나라 2천여명의 원예학자들을 초청하여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제원예학회 및 국제원예전시회를 열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이제부터라도 합리적인 채소 경영과 토양 침식을 막는 농법에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박권우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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