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28 18:19
수정 : 2006.08.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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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환 동국대 겸임교수 장례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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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난 24일로 윤칠월이 시작됐다. 19년에 7번 돌아온다는 윤달이 되면, 젊은 층의 도시 진출과 핵가족화로 별도의 택일을 하지 않고 윤달 안에 조상의 산소를 개장해서 산골 또는 납골하려는 움직임이 부산하다. 더욱이 올해 윤달은 쌍춘년 윤달이라 그 어느 때보다도 조상의 산소를 이장하거나 화장하려는 후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 화장능력이 부족한데다 개장유골 전용 화장로를 한 기도 갖지 못하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지방의 몇몇 곳을 제외하곤 화장이 한꺼번에 폭주해 화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기 십상이다. 제주도의 경우 윤달 화장 예약 신청을 받은 결과 벌써 지난해 9월 화장 건수 166건을 2배 이상 웃도는 370여건의 예약이 들어왔다고 한다. 죽어서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수도권의 경우 벽제, 성남, 수원, 인천 등 4곳의 화장장은 포화상태다. 유족들이 다른 지역의 화장장을 이용하려 해도 개장유골을 거부하는 곳이 많거나 많게는 10배에 이르는 이용료를 내야 한다. 해당 지자체에 님비현상 등으로 화장장이 설치되지 못하거나 설치하지 않은 대가에 대한 비싼 이용료인 셈이다. 따라서 개장업자들이 묘 주인이 요구하는 날짜에 맞추기 위해 화장장이 아닌 매장지에서 불법으로 재래식 화장을 버젓이 하는 행위가 또다시 전국 각지에서 벌어질 것이다.
불법 화장이란 개장업자가 개장유골을 깡통에 담아 토치램프나 프로판 가스로 화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누구든지 화장장이 아닌 시설 또는 장소에서 화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런 불법 화장은 조상에 대한 도리와 고인의 인간적 존엄성은 접어두고라도, 개장유골의 불완전 연소로 보관시 악취가 발생하고 주변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된다. 또한 불법 화장 이후 묘적부상 정리가 되지 않아 묘지관리상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불법 화장도 문제려니와 지금껏 개장유골을 일반화장로에서 화장하고 있는 현실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다. 대개 개장유골이 소량인데도 일반 대형 화장로를 이용하는 것은 연료 과다 소요로 매우 비합리적이다. 또한 개장유골은 위생처리가 안 된 상태라 악취 등이 발생함으로써 유족들에게 청결한 화장 서비스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게 된다. 개장유골의 일반화장로 이용으로 인한 화장능력 부족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싱가포르의 경우 시한부 묘지제도 시행에 대비하여 개장유골 전용 화장로를 설치하였다. 현재 멘다이 화장장에 전용 화장로 4기를 두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우리도 개장유골 전용 화장로가 설치되면 많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우선 화장료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수도권의 경우 하루 23기의 개장유골 화장을 일반 화장으로 전환함으로써 부족한 화장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용 시민도 원하는 시간에 화장 후 당일 후속처리를 가능하게 해주는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개장유골과 일반화장을 분리함으로써 화장장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 정책 관계자들이 책상에서 개장업자들만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화장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부족한 화장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기존의 화장장 내에 개장유골 전용 화장로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법 등을 적극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
안우환 동국대 겸임교수 장례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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