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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30 19:41 수정 : 2006.08.30 19:41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약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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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유난히도 지구 곳곳에 이상 기후가 자주 발생하여 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만 해도 폭염이 심해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수면 리듬이 깨져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일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때 시원한 바람을 마시며 푸른 바다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거나 별빛 가득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청운의 꿈과 모험심을 심어 주는 바다 이야기를 해준다면 무더운 여름밤이 아름답고 보람찬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온통 엉뚱한 바다 이야기로 밤낮을 지새우고 있으며 이 여름을 더욱 무덥게 하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 세계문화유산 주위, 울릉도까지, 편의점 수보다도 많은 ‘사행성 성인 오락실’이 성업 중이라는 뉴스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 진실을 밝히는 문제 못지않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사회 분위기와 풍조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도서관보다 많은 사행성 성인 오락실이 우리의 영혼과 신체를 살찌우는 데 필요하단 말인가? 하루하루의 삶이 어렵고 힘들다고 하더라도 서로 이해하며 돕고 어려움을 극복해 미래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회는 분명히 밝은 미래를 맞이하겠지만 오로지 요행을 바라며 미래의 이룰 수 없는 환상을 꿈꾸는 사회는 미래가 없는 병든 사회다.

마약 중독이 유행하는 사회는 19세기 중국 아편전쟁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나라를 망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황폐화시킨다. 마약 중독은 우리의 뇌를 손상시켜 사고력, 인식기능을 망가뜨리고 환각과 망상을 야기하며 쾌락본능 위주의 인간으로 만들어 정신과 육체를 파멸에 빠뜨린다.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모든 중독 현상(마약·게임·알코올·니코틴 중독 등)은 같은 뇌 메커니즘을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 뇌기능은 수십 가지의 신경전달 물질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신경전달 물질이 과잉분비되거나 잘 나오지 않으면 정신분열병이나 우울병이 발생한다. 또한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은 신경전달 물질계가 파괴되어 신경전달 기능이 장애를 일으켜서 나타나게 된다. 이들 신경전달 물질 중에서 ‘도파민’은 고위 정신과 사고기능, 쾌락, 운동기능, 신경호르몬 조절기능 등을 담당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물질로서, 과잉분비되어 신경을 자극할 때는 비합리적인 사고와 행동, 망상, 환각, 쾌락중독을 일으켜 정신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쾌락은 뇌의 가운데에 자리잡은 중뇌의 복측피개부(VTA)에 있는 도파민이 핵심 구실을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소설 〈뇌〉의 중심 주제인 쾌락신경의 중심부가 바로 이 부위다. 게임 중독을 비롯한 마약·알코올·니코틴 중독 때 이 부위의 도파민이 과도하게 쏟아져 나와 쾌락의 극치를 맛보게 되어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며, 병적인 사고와 비윤리적인 동물적 행동, 각종 망상에 사로잡혀 개인과 사회에 심각한 폐해를 입히게 된다.

따라서 게임 중독은 마약 중독과 같은 문제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쾌락 만능의 사회 분위기, 진정한 노력 없이 요행과 행운을 바라며 쉽게 보답을 얻으려고 하는 자세를 과감히 버리고, 사려 깊고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중독이 뿌리 내릴 수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우리 모두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약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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