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04 20:26
수정 : 2006.09.0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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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곤/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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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 후 들어설 공원·녹지를 조성하는 방법을 놓고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특히, 5만여평을 아파트단지, 사무실빌딩, 쇼핑센터로 개발하는 방안이 총리실에서 검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의견 차이가 절대로 극복될 수 없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공원을 만들겠다는 본질적인 생각은 같기 때문이다. 긴 안목을 가지고 미래 도시환경의 지속성을 높이는 공원 조성 방안에 도움이 될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광역지역공원이 될 수 있도록 공원녹지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수도 서울로서 국제적인 면모를 갖추기에는 광역지역공원의 성격을 가지는 대규모 공원 면적이 현재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광역지역공원은 특정행정구역을 초월한 광역 이용을 목적으로 설치되는 대규모 공원을 말한다. 1곳당 면적은 대개 300헥타아르 이상을 표준으로 배치하나, 그 면적은 넓을수록 좋다.
둘째, 도시의 공간구조와 연계된 공원이 만들어져야 한다. 남북으로는 남산과 한강을, 동서로는 서울숲과 선유도공원을 연결하는 거점공원이 되도록 조성할 필요가 있다. 1993년 자동차 공장터에 만들어진 프랑스 파리의 시트로앵 공원은 센강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철도는 고가로 연결하고, 자동차도로는 우회하도록 했다. 또한 1993년에 조성된 베르시 공원도 센강을 통해 들어오는 포도주를 모았다가 파리시민들에게 팔던 장소였다. 이 공원 역시 센강 남쪽으로 걸어서 갈 수 있도록 강 위에 보행자 전용다리를 건설했을 뿐아니라, 주변 주택지로 공원의 통경축이 뻗어나가도록 조성되었다. 오스만이 계획했던 방사환상형의 파리 공간구조를 공원·녹지가 보완시켜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도입이 가능했던 것은 도시 공간구조 전략과 공원·녹지 전략이 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생태적 맥락과 장소성을 고려한 공원이 조성되어야 한다. 용산 미군기지는 남산의 기슭으로서 몇몇 작은 유역이 발달된 수계, 습지와 숲이 있었던 곳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생태·지형·수문학·경관적 맥락을 비롯해 장소성을 고려한 복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이 조성된 공원으로는 프랑스의 앙드레 말로 공원을 들 수 있다. 파리의 라데팡스 동쪽에 조성된 이 공원은 소유역 전체를 공원·녹지화하고 능선 너머에 주거단지를 건설했다. 중앙에 큰 생태호수 습지와 수로를 만들고, 주위에는 자연숲을 조성한 뒤 그 사이사이에 제한된 여가 시설을 담고 있다.
흔히 대도시 공원의 모형으로 삼는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 영국의 하이드 파크와 리치몬드 공원, 파리의 블로뉴 공원, 독일 베를린의 티에르 가르텐 공원의 공통된 특징은 물과 숲, 그리고 초지로 이루어져 자연성과 역사성이 뛰어나며 인공 시설물이 눈에 많이 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설도 추가되지 않는다. 센트럴 파크에는 상수원 구실을 하는 저수지까지 있지 않은가?
우리도 서울에 이들 공원 못지 않은 공원을 만들 기회가 이제야 찾아왔다.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용산 미군기지에 조성될 공원·녹지의 성격과 기능이 조성 수단에 앞서 도출되기를 바란다. 용산 미군기지의 공원화 방법은 다른 반환 미군기지 및 주변지역의 활용에도 미칠 영향이 클 것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김귀곤/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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