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1 18:23
수정 : 2006.09.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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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남부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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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은 업무와 관련된 공직비리와 부정부패를 방지·근절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됐다. 공직자가 퇴직 후 자리 마련을 조건으로 일선의 특정 업체에 혜택을 주거나 기업과 유착되는 것을 막고 공무 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공직자윤리법상의 재산등록 의무자는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하였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 목적 사기업체나 그 업체의 공동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하여 설립된 법인·단체에 취업할 수 없다. 취업승인을 얻고자 하는 퇴직공직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업 개시 15일 전까지 퇴직 당시 소속 기관 또는 공직 유관 단체의 장과 소속 중앙행정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거쳐 취업승인 신청서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의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매년 많은 퇴직 공직자들이 취업제한 대상 업체에 취업하면서도 취업승인 신청을 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고위간부가 퇴직 후 금융기관에, 군장성 출신은 방위산업체 고문으로, 검사장 출신 법조인은 재직시 수사 대상이 된 기업체의 법률상임고문으로 취업하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업무 연관성이 있는 사기업에 재취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직자 취업제한 제도가 이처럼 겉도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취업승인심사 신청 여부를 각 기관장이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장으로선 자칫하면 소속 직원의 이직을 가로막는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고 인정상 철저한 분석이나 조사가 불가능하다. 둘째, 취업금지 대상 기업을 자산 및 외형거래액 등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생 회사의 경우 전년도 매출이 없기 때문에 취업이 가능하게 되며, 기업체의 연구소는 제외되기 때문에 대기업체의 연구소에 들어갔다가 2년 뒤 대기업체로 옮겨가는 우회 방법을 악용하는 경우에는 이 규정이 사문화할 수밖에 없다. 셋째, 취업제한 제도에 예외규정이 많다.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고 공직자윤리법의 실효성을 높이자면, 중앙인사위원회가 3급 이상 모든 공무원에 대해 의무적으로 인사 적합성을 심사하는 것처럼,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역시 취업제한 대상 업체로 이직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 심사하도록 해야 한다.
공직자윤리법상의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그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취업금지 기간이 2년에 불과하며, 재직시 유관 기업체의 유혹을 배제함으로써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공직자의 직무 연관 기업 등의 재취업 문제는 재직시 퇴직 후 일자리를 얻는다는 조건으로 업체에 혜택을 주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등 유착 가능성이 있으며, 공직자가 퇴직과 함께 사기업의 로비스트가 되거나 극단적으로는 국가 정보를 유출할 소지도 있다.
그동안 퇴직 공무원이 재직 중 업무와 관련된 기업체 등의 대정부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등 공직사회 내 부패 연결고리로 작용한 부분이 많았다. 공직자윤리법상의 공직자 취업제한 제도는 부패방지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므로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이철호 남부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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