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2 20:56
수정 : 2006.09.1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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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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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적법절차는 법치주의의 대명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고, 법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과 관련한 적법절차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요란하다. 이는 헌법과 관련 법규를 둘러싼 해석상의 문제라고 할 것인데, 전 소장의 임명과 관련된 인사청문회 절차가 적법절차에 부합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 제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또 제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제3항은 “9인의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그 중 3인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3인은 국회가 선출하고,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재판관으로 구성된다는 의미이고, 그 중 한 명의 재판관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장으로 임명한다는 취지로 해석되어야 한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임기가 6년이고 연임이 가능하지만 헌법재판소장에 대하여는 연임과 관련된 규정이 없다.
한편, 헌법재판소법 제6조는 헌법재판관에 대하여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대통령 몫), 선출(국회 몫), 지명(대법원장 몫)하되 이 경우 재판관을 임명하기 전에 인사청문을 요청하도록 했다. 그런데 국회법 제46조의 3 제1항은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심의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실시하도록 하고 있고, 제65조의 2 제2항은 헌법재판관은 소관상임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하고 있고, 제37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의 사무에 관한 사항’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한 인사청문회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헌법재판소장 임명에 관한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하도록 이원화되어 있다.
그런데 법률 적용과 관련해 ‘법조 경합 이론’이 있다. ‘법조 경합’은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두 개의 법조문이 서로 충돌할 때 법조문 적용에 우열이 있다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상위법 우선 원칙, 특별법 우선 원칙, 신법 우선 원칙이 그러하다.
지금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은 민주당 조순형 의원의 “재판관 중에서 재판소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해석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재판관을 사퇴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두고 적법절차에 어긋났다고 주장한다. 이런 견해는 적법절차와 법조 경합 이론에 비추어볼 때 옳지 않은 비법적 논리에 불과하다. 이 주장대로 하자면, 헌법재판소장은 반드시 현직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전혀 옳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재판관 중에서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수도 있지만, 헌법재판소장은 15년 이상의 변호사(판사·검사) 자격이 있는 자이면 되기 때문에 현재의 헌법재판관 이외의 자 중에서 적임자를 선임할 수도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은 당연히 헌법재판관의 동시임명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동일인에 대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다시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하여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을 하는 것은, 법조 경합 이론을 알지 못한 이들에 의한 불필요한 절차의 낭비이고 국력의 소모일 뿐이다. 법조 경합 이론을 지켜 상위 규정이 하위 규정을 포섭함을 인정하는 합목적적 논리해석이야말로 진정한 적법절차의 준수라고 할 것이다.
오시영/숭실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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