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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9 19:58 수정 : 2006.09.19 19:58

최윤진 중앙대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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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를 통합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둘러싸고 청소년들과 청소년 단체와 시설 등 청소년 현장 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더군다나 통합 추진 과정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전개되지 않고 몇몇 여성 행정 책임자들의 밀실합의와 특정인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필자는 한 한국 여성으로서, 현 정부에 들어와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위한 정부의 담당 부처가 탄생함을 반겼고, 또 그 기능과 역량을 키워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부처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해방 후 여덟 차례에 걸쳐서 정부의 여러 부처를 공처럼 옮겨다니면서 부처 사이 갈등과 이기주의에 시달리며 혼란을 거듭해 온 청소년 전담 부처 쟁탈 싸움에 이제 여성가족부까지 합세하는 양상을 바라보면서, 남성만이 아닌 여성 어른들까지 나서서 여성보다 힘없는 청소년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자책감을 느끼게 된다.

불투명한 인생행로 속에서 꿈을 키우지 못한 채 방황하고, 교육경쟁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고통과 위기는 여성과 가족의 울타리 속이 아닌 훨씬 깊고 광범위한 사회 구조의 관계 속에서 들여다보아야 그 원인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청소년을 둘러싼 교육 문제, 청년 실업 등의 노동 문제, 유해 환경의 개선과 여가 및 문화 환경 조성, 그리고 복지 시스템의 정비 문제 등은 비단 청소년만의 정책현안 사항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와 과제를 함축하고 있으며, 따라서 청소년 정책의 성공적 수행 여부는 곧 우리 사회 현재와 미래 전반의 변화와 발전을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청소년 정책은 여성 정책의 수행이나 확장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도리어 청소년과 관계된 모든 부처가 협력해서 전심전력하여 지원하며 수행해가야 할 국가의 중차대한 영역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미 선진 외국에서는 과거의 소수 비행 청소년에 대한 규제와 선도 중심의 소극적 정책에서 벗어나 국가 대다수 청소년의 잠재력 개발과 창의적 문화 조성, 그리고 사회적 참여 역량의 확대 등을 통해 차세대 국제사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국가가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즉 청소년을 가족의 일원으로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국가 발전을 주도해 나갈 유능한 사회 자원으로서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 내 다양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청소년 정책을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다음의 요건을 고려해서 전담할 부처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 정책의 전담 부서는 여러 부처를 총괄 할 수 있는 기능과, 지방 및 일선 실무 조직과의 연계와 집행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국무총리실이 아닌, 청소년부 혹은 청소년청 등 독자적 부처가 설치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부득이 일선 부처들 중에 통합 설치해야 할 경우라면, 여러 부처를 총괄 조정할 수 있는 힘 있고 영향력이 강력한 부처에서 맡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여성가족부가 앞서 제시한 청소년 정책 비전에 걸맞은 부처인지 또 중차대한 청소년 정책 수행을 위한 역량이 다른 어떤 부처보다 나은지에 대해 검증되거나 확신할 수 있는 어떤 근거나 명분도 제시하지 못한 채, 여성가족부로 통합을 추진하는 논의는 다시 청소년 정책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졸속행정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최윤진 중앙대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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