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24 21:54
수정 : 2006.09.2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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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한 /변호사 민변 사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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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능력이나 자질의 검증 문제가 아니라 사소한 절차상의 시비로 헌법재판소장(이하 헌재소장)이 장기간 공백상태가 되어가는 데 대하여 국민들은 몹시 짜증이 난다. 물론 민주사회에서는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다. 그 절차상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며 치유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하다면 인사청문 요청행위를 철회하거나 다시 거쳐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국회법, 인사청문회법에 헌법재판관과 헌재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법제사법 위원회,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로 이원화되어 있고 헌재소장의 임기에 대한 규정이 없어 혼란을 초래하였다. 또한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재판관과 헌재소장 임명절차를 각각 거쳐야 한다는 견해와, 재판소장 임명에는 재판관이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에 헌재소장 임명 절차만 거쳐도 된다는 견해로 헌법학자 사이에도 해석상 다툼이 있는만큼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전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지명되기 전에 재판관을 사퇴한 것은 대법원의 요청과 헌재의 의견을 고려하여 헌법재판소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위해 임기 6년을 보장하고, 대통령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이 4명이 되는 것을 방지하여 헌법이 규정한 3 : 3 : 3이라는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할 것이다. 야당이 절차적 하자를 문제삼자 청와대에서 사과를 한 데 이어 전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 요청서를 제출하여 어느 정도 하자가 치유되었다.
굳이 책임소재를 따지자면 청문절차를 이원화하여 혼란을 초래하고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을 마치고 난 뒤에야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국회, 헌재의 독립성과 안정성 확보에 치우치다 절차를 철저히 검토하지 못한 대통령, 대법원, 헌법재판소 모두에 있다. 이처럼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설사 하자가 있더라도 그것이 법령의 모순과 헌재의 독립성과 안정성에 충실하려다 발생한 것이고 더군다나 하자까지 치유된 상태다.
설사 하자의 치유가 덜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헌재소장의 공백을 초래하고 전 후보자를 사퇴시키면서까지 문제 삼아야 할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을 필요성이나 실익이 없으므로 더는 문제를 삼지 말자. 절차가 어느 정도 치유되었는데도 한나라당이 전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절차상의 하자 문제라기보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간다.
법규의 지나친 문리해석에만 치중하여 동일한 사람에 대하여 재판관과 소장으로서 중복적인 지명 및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절차상 번거로움과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1, 2, 3기 헌법재판소장 역시 현재와 동일한 절차를 통해 임명한 것이 관행이었던 점에 비추어도 더욱 그렇다. 한편 재판소장 임명에는 재판관이 당연히 포함되므로 헌재소장 임명 절차만 거쳐도 된다는 견해도 많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하여 청문의 효율성과 헌정 공백을 막기 위해 헌재소장으로서의 임명절차만 거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전 후보자의 헌법관이나 도덕성, 개혁성, 사생활 등 헌재소장으로서의 능력이나 인품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다.
이제 절차상의 시비를 따지는 것은 국력의 소모이고 정쟁의 산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루빨리 헌재소장에 대한 임명절차를 거쳐 헌재소장 공백을 막자.
민경한 /변호사 민변 사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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