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9.25 18:20 수정 : 2006.09.25 18:20

변창흠 /환경정의 토지정의센터장·세종대 교수

기고

은평 뉴타운 지역의 고분양가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어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파트 후분양제와 분양가 심의위원회 제도를 우선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요청한 상세 분양원가 공개에는 반대입장을 분명히하였다. 이 때문에 분양원가 공개와 새 제도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분양원가가 공개된 판교 새도시나 은평 뉴타운 지역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공개된 원가자료의 신뢰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 자체에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상세 분양원가가 공개되더라도 반드시 분양원가가 하락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번에 서울시에서 발표한 후분양제와 분양가 심의위원회 제도도 높은 분양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민간 건설업체를 제쳐두고 공공부문이 직접 주택의 건설과 분양을 담당하는 공공주택 제도의 정당성은 저렴한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자본주의 주택시장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의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그런데 그동안 민간업체 분양가의 80%를 밑돌던 공공주택의 분양가가 민간주택 가격에 육박하게 되었고, 이번의 판교·운정 새도시, 은평 뉴타운에서는 마침내 민간이 건설하는 아파트의 분양가나 주변의 기존 주택 가격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주택의 초과수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면 주택가격이 안정된다는 것이 주택공급 확대의 핵심적인 논리였다. 그러나 신규 주택 공급이 기존 주택 가격의 상승을 오히려 견인한다면 주택가격 상승 억제를 위해 주택공급 확대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던 개발확대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현 시기에 공공주택 건설사업에서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 고분양가를 초래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대안적인 주택공급 방식은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동안 새도시나 뉴타운 등은 강남 수요 대체, 강남북 균형개발 등의 명분을 내세우면서 주택의 공급원가를 낮추는 데는 인색하였다. 누구를 위한 주택건설인가보다는 쾌적한 새도시, 중산층 수요 충족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고급주택단지를 조성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저소득층을 몰아내고 화려하고 쾌적한 새도시는 건설된 반면, 정작 원주민이나 서민들은 입주할 수 없는 ‘이상촌’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대안적인 주택공급 방식으로는 공공임대주택,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등이 있다. 주택의 공공성을 강조하여 탈상품화한다는 측면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의 확대가 대안일 수 있으나 공공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 또한 서민들의 내집 마련 욕구도 무시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분양가의 절반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하되,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거나 공공에만 되팔 수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라 할 것이다.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원가의 공개는 매우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그러나 차제에 분양원가의 신뢰성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실수요자가 주택을 소유하되 자본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대안적인 주택공급 방식을 도출하는 데 논의가 집중될 필요가 있다. 자칫 원가공개를 통해 분양원가를 낮추게 되더라도 최초분양자가 로또식 추첨을 통해 시가와의 차액을 독차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변창흠 /환경정의 토지정의센터장·세종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