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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1 18:15 수정 : 2006.10.01 18:15

강기탁/변호사·민변 노동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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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문제로 전국이 연일 시끄럽다. 텔레비전에서는 행정관청 청사에서 조합원들이 끌려나와 체포·연행되는 장면, 노조 사무실 문에 ‘출입금지’ 푯말이 붙여지는 장면들이 방영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행정자치부가 지난 9월1일 “9월22일 15:00까지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을 폐쇄하라”는 지침을 내린 데 있다. 행자부는, 노조 설립 신고를 하지 않은 전국공무원노조는 불법단체이고, 합법적인 법집행을 통한 불법행위 엄정대처 차원에서 노조 사무실 폐쇄의 행정대집행은 불가피하며, 지침을 따르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지방교부세(교부세) 삭감 조처를 취하겠다고 표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자부의 방침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먼저 노조의 자율성 보장은 노사관계의 기본이다. 노조가 노조 설립 신고를 할 것인지 여부는 노조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관계법 어디에도 노조 설립 신고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고, 그 설립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불법단체’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음으로, 행정대집행법은 ‘타인이 대신하여 행할 수 있는 공법상의 의무, 즉 대체적 작위(代替的 作爲)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그 불이행을 방치하는 것이 심히 공익을 해할 것으로 인정될 때’에만 행정대집행이 적법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노조 사무실 폐쇄, 곧 노조원의 노조 사무실 점유를 배제하고 그 점유를 이전받는 것은 ‘대체적 작위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8. 10. 23 판결) 또한 5년여 동안 기관장의 허락 아래 평화롭게 사용해 온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지 않는다고 하여 공익에 심대한 해가 가해질 것이라 볼 수도 없다.(춘천지법 2006. 9. 20 결정) 그렇다면 이번 노조 사무실 폐쇄 조처는 행정대집행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2006. 3. 30. 선고)가 밝힌 바와 같이, 행자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런데도 행자부는 그 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는 교부세를 삭감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현실을 이용하여,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의 이행을 강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 사무실 폐쇄 지침 이행 여부는 지방교부세법에서 정한 교부세 축소 사유가 아니다. 또한 지침의 이행 여부와 교부세 교부는 목적과 수단 사이에 실질적인 관련성이 없는데, 그럼에도 이를 결부시키는 것은 행정 목적이나 권한과 수단 사이에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는 한도 내에서만 결부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부당결부(不當結付)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정부는 노사관계에 대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정부가 노사관계의 기본 원칙을 저버리고,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누누이 말하고 있다. 그 말이 단지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국민으로 하여금 믿게 하려면, 정부는 공무원 노사관계의 사용자로서, 전국공무원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의 관점에서 대화와 설득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강기탁/변호사·민변 노동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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