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그 해리슨 특별기고
9월19~23일 북한을 방문했던 셀리그 해리슨(사진)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이 〈한겨레〉에 최근의 북한 상황을 전하는 특별기고를 했다. 해리슨 연구원은 북한을 열번이나 방북했을 정도로 북한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이다. 그는 이번 방북기간중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비롯해 리찬복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 김용대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을 만났다고 밝혔다. 최근 나의 북한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는 북한이 추가 플루토늄 재처리를 위해 영변 원자로에서 연료봉 인출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 연료봉 인출은 2005년 6월에 있었다. 기술적 이유로 2007년 6월까지 재인출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가을 중에” 인출을 시작할 것이고 “연말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서두르는 것일까? 언론에서 얘기하듯이 도발이나 위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북-미 양자협상의 협상카드로 영변 원자로를 이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말 6자회담에 복귀하고 싶어 한다. 김 부상은 “9·19 공동선언이 이행되면 우리가 큰 혜택을 볼 수 있기에,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게 우리에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먼저 9·19 공동선언 직후 미국이 가한 금융제재를 끝내는 협상을 하고 싶어 한다. 북한은 금융제재를 공동선언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 금융제재는 매우 가혹하다. 미국은 실제로 전세계 모든 은행에 북한과 관련된 직간접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요청해 놓고 있다. 외국 기업가들과 외국 대사관이 인증했는데도, 소비재를 제조하는 경공업을 위한 산업장비의 합법적 수입이 막힌 사례들을 나는 북한에서 들었다. 북한은 이걸 경제적 압박을 통해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정권교체 정책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 미 행정부가 체니 부통령과 국무부로 갈라져 9·19 공동선언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실제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9·19 합의에 따라 관계정상화로 나갈 채비가 됐음을 보여주길 원한다. 미국이 모든 금융제재를 단번에 해제하지 않으려면, 미국은 행동으로 정권교체 정책을 포기했음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줘야 한다.” 북, 미국과 ‘협상카드’로 올안 연료봉 인출 서둘러북한은 6자회담에 앞서 양자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제조건 없이 일괄타결(package deal)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변 원자로 동결과 미사일 모라토리엄(발사 유예), 또는 핵무기나 핵물질을 제3자에게 이전하지 않겠다는 공약 등 북한의 양보에 대해 미국이 제재의 일부 또는 전부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또는 금융제재에 대한 북한의 타협에 대해 미국이 에너지 지원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계관 부상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멀지 않은 장래에 9·19 합의로 복귀할 것이라는 점에 낙관적이다.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6자회담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중국과 남한의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전에는 금융제재가 법집행이고 6자회담에서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목소리를 바꿔가고 있다. 이전에는 6자회담 전에는 양자접촉을 절대 할 수 없다고 했지만, 지금 양자접촉을 제안하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전제조건을 강요하지 않고 진지한 대화에 나올 채비가 되어 있는지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깨는 유일한 방법은 양자협상을 통해 제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일종의 체면을 세우는 타협 없이 북한이 손들고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금융제재는 외국인 투자와 대외무역을 막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개방과 경제개혁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경제성장은 늦어지고 있고, 북한사람들의 개개인의 부의 축적에도 해를 끼치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바라는 대로 제재가 김정일 정권의 토대를 흔들고 있다는 신호는 전혀 없다. 북한 정권은 안정돼 있고, 평양에선 이전 방문 때보다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목격했다. 북한붕괴론은 북한 경제가 극도로 악화됐다고 보는 사고와 연관돼 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이 대량으로 매입하는 금광석과 철광석 등 중요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황해와 동해 해저에 대규모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증거가 있다. 이번 방문에선 고위관리들로부터 동해의 석유매장에 대해 처음으로 들었다. 핵실험 문제에 대해, 북한은 외부세계가 핵실험 가능성을 계속 추측하게 놔두고 싶어 한다. 내가 만나본 인사들은 핵실험 위협을 하거나 핵실험 준비 보도들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는 정보를 가질 수 없는 군사적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해, 핵실험이 필요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북한군 판문점 대표인 리찬복 상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매우 작은 나라다. 러시아나 미국 네바다에서처럼 지상 핵실험을 할 수 없다. 그들은 넓은 나라다. 우리가 지하 핵실험을 하더라도 방사능이 유출될 것이다. 핵 실험설은 미국의 기관들이 우리를 중상하기 위해 퍼뜨린 것이다. 나는 우리 정부나 군부에서 핵실험을 시사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 문제가 여전히 논쟁중이고 북한이 핵실험을 할지 안할지는 미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금융제재부터 풀어야 6자회담 교착 깰수있어 김 부상은 작별 만찬을 끝내면서 “우리는 미국과 평화공존을 진정으로 원한다. 그러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다른 핵 보유국과는 사는 방법을 배웠으면서 왜 우리와는 못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그 말은 비핵화하지 않겠다는 말처럼 들린다”고 했다. 그러자 김 부상은 “우리를 오해하고 있다. 우리는 9·19 합의를 단계적으로 이행할 준비를 확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가 완전 정상화되기까지 우리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체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최종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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