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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08 22:08 수정 : 2006.10.08 22:11

박종국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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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훈민정음 반포 560돌이며, 대한민국이 다섯째로 제정한 국경일인 한글날이다. 한글은 세종대왕께서 창제할 때, 자주독립을 지키려는 겨레정신과 만백성이 글자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민본정신을 밑바닥에 둔 까닭으로 그 뜻이 아름답고 떳떳하였다. 발음기관과 삼재(하늘·땅·사람)를 본떠서 만들되, 거기에는 우주의 형이상학적 진리가 뒷받침되어 있었다.

우리는 아직까지 이렇게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글자를 만들어 낸 겨레를 인류 역사에서 보지 못하였으며, 말의 소리와 글자에 우주의 진리를 결부시킨 철학적 슬기를 찾지 못하였다. 과연 한글은 우리 겨레의 슬기를 자랑할 만한, 가장 중요한 겨레의 유산임을 자부해도 된다.

이러한 한글은 진정 겨레의 자랑이요 나라의 힘이다. 나라 힘이란 군사력이나 경제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과 같은 파괴적 작업에서는 군비와 경제가 힘으로써 구실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파괴와 억눌림의 땅밑에서 숨결같이 핏줄같이 겨레정신을 이어가는 힘의 근본에는 정신과 글자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세계 석학들의 경탄과 부러움을 받을 만큼 철저한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음소문자로서, 무한한 생성의 힘과 운용의 묘까지 맞추고 있는 글자는 한글밖에 없다. 여기에 대왕의 정신과 나라의 힘이 있다. 한글은 일상생활의 무기이며, 온갖 문명의 원동력이다. 이 생활의 무기를 가다듬고 이 문명의 원동력을 북돋울 때에 우리나라가 자라나고 굳세게 되는 것이다.

국제화·세계화 시대인 21세기는 최첨단 정보화 사회인데, 이러한 시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지도층 인사들 중에는 한글이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 됨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상형적 원리를 떠나지 못한 표의문자 한자를 끔찍이 존중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한글만 쓰기를 주저하거나 반대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영어 공용어를 해야 한다느니, 초등학교에서 로마자와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과학정신과 민주·자주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겨레의 미래를 생각지 않는 지극히 완고하고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가 조국의 힘을 기르지 않고는 역사적 지상명령인 국토통일과 겨레의 중흥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우리말 우리글을 사랑하고 한글만 쓰기로써 정보기기에 한글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시키는 일은 과학시대에 사는 사람의 마땅한 의무이며, 배달겨레의 국민적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이 역사적 지상명령을 거부한다면, 이는 바로 겨레문화의 부정이자 자주정신의 폐기로서, 한글을 창제하여 문화의 터전을 마련해 주신 세종대왕의 성덕을 저버리는 것이며, 자손만대에 치욕을 끼치는 죄가 된다. 우리 말글을 사랑하고 한글만 쓰기와 세종대왕의 높은 뜻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일은 우리 국민 모두의 시대적 사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수많은 나라밖 사람들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국어 한글을 배운다는 소식을 듣고 있질 않은가. 더욱이 오늘은 우리 국민 모두가 그리도 바라던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여 그 첫 경축일을 맞는 날이다.

우리가 오늘 한글날을 기리는 것은 다만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형식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진실로 오늘을 새 출발 하는 새 아침으로 하여 온 국민이 한글을 사랑하고 한글만 쓰기를 다짐하려는 것이다. 이것만이 생활의 과학화, 국력의 현대화를 불러일으킬 근본 까닭인 것이다.

박종국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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