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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7 19:26 수정 : 2006.10.17 19:26

박재창/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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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회의 도래와 정부 실패에 대한 진단은, 한 나라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국가와 시민사회가 공동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는 지구국가 같이 아직 형성단계에 있는 초국적 관계망의 차원에서도 제기된다.

환경 오염, 테러 발생, 마약 밀매, 청소년 착취, 에이즈 확산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범지구 차원에서 공조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확산되고 있다. 정보사회 도래에 따라 정보와 자본이 한 나라의 경계를 초월해서 이동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마땅히 정책 네트워크가 범지구 차원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주문으로 이어진다.

지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국가간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이의 초기적인 형태로는 흔히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연합(UN),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지목된다. 그러나 이런 지구국가 현상은 일반시민의 주권적 의지를 정교하게 반영하지 못하며 오히려 시민사회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강화하거나 그의 정당성을 높이는 체제로 작용한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지구 차원의 국가간 협력에서도 개별 국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를 견제하고 감시 비판하며, 나아가 협력의 적실성과 타당성 내지는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구시민사회’의 구축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지구시민사회의 핵심적인 구성요소는 비정부 기구(엔지오: Non-Governmental Organization)에 의한 초국적 활동인 만큼, 엔지오의 대외교류 활성화 문제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국제사회에서 엔지오의 등장이 비록 정부 조직(GO: Governmental Organization)의 관료적 병폐나 지나친 자국 중심주의를 시정하거나 보완하고자 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엔지오의 국제 활동이 철저히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실제 운영에서는 오히려 일국주의에 의한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 게 지구촌 사회관계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1654년의 베스트팔렌 체제 이래 정부 기구 중심의 국제관계에서 제1세계가 주도하는 지구 중심부의 의도와 이해구조에 추종하는 종속변수로 자족해야 했다. 따라서 엔지오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지구시민사회에서만큼은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려는 대외정책 차원에서의 배려와 인식을 새롭게 다져야 하겠다. 지구시민사회에서 주도권 향상은 정부의 교섭력이나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엔지오는 그 기능적 실체에서 결코 정부 조직이나 영리 조직(PO: Profit Organization)과 격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지오의 대외활동 능력이 자발적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기에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지켜온 폐쇄적 일국주의의 유제가 너무나도 크고 넓다. 이를 극복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대외 할동에 나서도록 엔지오를 지원하고 그 활동에 힘을 실어줄 필요성이 크다. 이를 위해 관-민이 협력하여 엔지오 국제교류재단 같은 기구를 설립하고 이를 기초로 엔지오의 초국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은 이 시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다.

박재창/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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