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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9 20:20 수정 : 2006.10.23 13:13

위팬 찬드라 /미국 휘튼대학 교수 동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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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도인들은 깡패들의 폭력행위를 ‘다다기리’라고 부른다. ‘다다’는 원래 ‘형이나 오빠’를 뜻하는 호칭인데 깡패 두목의 부하들이 그런 사람을 형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하들은 두목에게 아첨하며 그의 지시를 무조건 이행하는 사람들이라 보통 ‘형’의 ‘짬짜’(숟가락)라고 불린다. 이와 반대로 마하트마 간디의 철학에서 나온 ‘간디기리’란 단어도 잘 쓰인다. 평화로운 수단으로 우호감을 가지고 개인과 사회의 집단적인 복지와 발전을 추구하는 태도를 뜻한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보면 필자는 그것을 ‘다다기리’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미국의 규탄적인 자세를 한결같이 지지하는 것을 볼 때 그들은 ‘다다’의 ‘짬짜’가 되고 말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나라들의 태도는 그들의 위선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국의 경제발전 때문에 미국에 크게 의지하게 됐고, 그중 많은 나라들이 자기의 국방과 안정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2차대전 때 두 차례나 원자폭탄으로 일본의 민간인 30만여명을 학살했다.(그중 2만여명은 재일 조선인이었다.) 그 후 미국은 한국전쟁과 월남전쟁 때도 여러차례 핵무기 사용을 고려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자기를 무조건 따라오지 않는 나라들의 정부를 뇌물, 암살, 협박, 침략 등의 수단으로 전복시켰거나 그런 시도를 한 사건도 적지 않다. 그리스, 쿠바,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아프가니스탄, 칠레, 이라크, 이란 등이 그 사례다. 미국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세계에 전파하는 천명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우파로부터 그런 작업에 방해되는 외국 정권을 파괴해도 좋다는 응원까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되는 위협과 불안정 상태에 빠져있는 북한이 자기를 방위하는 의도로 모든 수단을 마련했다는 것은 예견된 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런 문제를 국제적인 ‘다다기리’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가? 결코 ‘간디기리’ 같은 수단은 없는가? 이 질문을 탐구할 때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발전을 오래전부터 연구해왔던 미국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스와 북한의 고위급 핵전략 전문가 고 김용순의 대화를 듣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헤이스에 의하면 1993년에 김용순이 자기에게 ‘칼에는 칼, 떡에는 떡’이라는 한국 속담을 언급하며 미국과 북한은 서로 칼을 버리고 떡을 교환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떡’을 주는 대가로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고 외교관계를 맺으며 국제협정으로 북한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북한의 경제발전을 돕겠다는 ‘떡’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호적인 이익을 거두려면 협박, 침략과 전쟁주의적인 외교를 버리고 미국 쪽에서 앞서서 호의감으로 ‘간디기리’적인 협상을 하자는 제안을 내놔야 한다. 이러한 혁명적인 태도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동북아시아 또는 세계 평화의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미국과 함께 북한을 규탄한 국가들이 이제부터라도 미국의 등을 ‘간디기리’적인 길로 떠미는 구실을 하게 되면 참으로 축하할 일일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계속 ‘다다’의 ‘짬짜’로 각인될 것이다.

위팬 찬드라 /미국 휘튼대학 교수 동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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