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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2 22:04 수정 : 2006.10.22 22:04

고경희 /제주교대 영어교육과 교수

기고

영어마을 운영자들과 참가자들은, 영어마을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 감소, 영어 의사소통 경험에서 얻게 되는 자신감, 그에 따르는 영어학습에 대한 동기유발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영어마을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나 이는 적합한 측정이 아니라 설문조사에 근거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석사논문을 봐도, 아동들은 학교 수업보다 영어마을의 수업을 통해 영어 실력이 더 향상되었다고 응답하였으나 실제 학습 효과는 학교 수업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마을의 순기능으로 인정되는 자신감, 동기유발 등의 효과는 테마파크형(파주)이나 리조트형(양평, 개원 예정) 캠프를 운영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국인 인력과 기존의 수련원이나 학교 시설을 활용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다. 영어마을은 나라 밖 캠프의 대안으로 인식되는데, 외국 혹은 외국적 설정과 원어민의 요소를 갖춘 체험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제 영어는 특정국 외국인들과의 의사소통 수단만이 아니라 지구촌 구성원끼리 소통을 위한 언어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인끼리도 영어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강의나 회의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 건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지난 이삼십년 동안 우리 국민의 전체적 영어구사 능력은 많이 향상되었고, 영어를 큰 어려움 없이 구사하는 교사와 일반인의 수 또한 크게 증가했다. 이제는 영어 사용이나 체험의 대상이 원어민으로 국한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원어민 포함 여부에 관계없이 내국인 교사를 주축으로 하면서 학부모, 대학생 및 초중고생을 도우미로 활용하는 영어캠프로도 영어마을에서 얻어지는 정도나 혹은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때 교사나 도우미들은 캠프 참가자들에게 도달 가능한 외국어 구사자들의 예를 보여줌으로써 동기유발을 시키는 구실을 하기도 한다.

영어마을이 경찰서, 병원, 은행 등 일상적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언어 사용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점, 여러 가지 만들기와 요리하기 등도 언어 자체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활동이라는 점, 그리고 아동들의 일상과 거리가 있는 활동이라는 점도 영어 교육면에서는 안타깝다. 영어마을이 영어교육 기관이라기보다 관광사업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 건 이런 까닭에서일 게다.

영어마을에 쏟아부어지는 막대한 경비와 지나친 관심이 안타까운 이유는, 영어교육에서 더 비중이 실려야 할 부분이 동기유발 이후 언어능력 함양을 위한 방안 모색과 환경 제공이기 때문이다. 영어 수업 외 여러 가지 영어 사용 기회를 주기 위해 병행 혹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영어 수업 시간 내 활동이 실생활과 흡사한 언어 사용 기회가 되도록 하는 연구와 이를 위한 교과서 제작, 교사 연수 등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어마을이 지방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민간 백화점이나 아파트 단지까지 불붙듯 번져나갈 조짐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더군다나 이 기관들의 운영에서 파생되는 엄청난 적자를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 재원인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기왕 설립된 영어마을은 ‘돈 먹는 하마’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정규 교육과정 이용자 비율을 높일 적극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성과로 내세워지는 자신감 및 학습동기 고취 이상의 교육적 효과를 내기 위한 다각적 프로그램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터이다.

고경희 /제주교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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