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23 21:51
수정 : 2006.10.2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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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동 /순천향대 교육과학부 교수 한국영재교육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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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얼마 전 한 방송사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실태와 문제점을 꼼꼼하게 지적한 바 있다. 우리의 영재교육은 우수한 학생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계발하지 못한 채 그냥 사장해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의적절하고 타당한 비판이다. 2002년에 영재교육진흥법이 발표된 후, 국민들은 영재교육에 대해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제시된 여러 계획들이 체계적으로 실천되지 못해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 중 가장 실망스러운 일은 영재들을 훌륭하게 키워줄 교사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재교육의 핵심은 교사다. 아무나 학생을 잘 가르칠 수는 없다. 영재학생들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을 보면, 과학재단에서 재정 지원을 하고 대학에서 운영하는 과학영재교육원이 있고, 각 지역 교육청 부설로 운영되는 영재교육원이 있다. 이런 기관들은 영재교사가 아닌 일반교사들이나, 혹은 해당 기관에서 임의로 선정한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고 있다. 이런 교사들 중에는 영재의 특성, 영재 판별, 영재 프로그램 개발 등 영재교육의 기초도 잘 모르는 교사들이 상당히 많다. 지역 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은 영재교사로 가기까지 고작 60시간 정도의 연수를 받은 게 전부다. 이런 교사들에 의해 운영되는 교육이 어떻게 선진국의 질 높은 영재교육을 따라갈 수 있으며, 영재들의 특별한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겠는가.
과학교사가 영재교사는 아니다. 대부분의 영재교육원은 과학과 수학을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대학 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의 경우 과학재단에서 재정 지원을 하면서 과학과 수학만 가르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덩달아 지역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도 근거 없이 과학과 수학만을 가르치고 있다. 영재교육은, 과학과 수학에만 국한시켜 특정 교과를 가르치기보다는 여러 교과를 통합하여 영재들의 창의적 문제해결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수학, 과학, 언어, 사회 등의 교과들이 서로 통합되어 하나의 통합 교육과정으로 재조직될 때 진정한 영재교육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각 교과의 내용들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전문가가 바로 영재교사다.
전문적인 영재교사 양성이 시급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영재교육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때, 영재교사 양성에서부터 출발했어야 한다. 훌륭한 교사가 있어야 좋은 교육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의 영재교육 현실은 학생을 먼저 모아 놓고, 나중에 교사를 찾는 식이다. 교육부한테는 영재교육진흥법을 발효시키고 영재교육원을 열도록 허락해 주었음에도 영재교사 양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재교사 없는 영재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재들은 특별한 교육적 요구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빠르게 학습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보이지만, 다소 주의가 산만하며 흥미가 있는 곳에만 집중하는 특성이 있어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 한마디로 특별하다. 이런 학생들을 잘 지도하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필요하다.
영재교육에 대한 뜨거운 국민적 관심과는 대조적으로 정부의 영재교사 양성 정책은 너무나 미지근하며 답답하다.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위대한 인물이 나오기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기를 수 있는 교사의 양성을 먼저 생각하자.
이신동 /순천향대 교육과학부 교수 한국영재교육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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