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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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근래 우리나라에 수목장 열풍이 불고 있다. 법도 만들어지기 전에 수목장 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언론도 수목장 관련 보도를 쏟아낸다. 마치 수목장만이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를 대체할 유일한 방법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면, 매장·화장·수장 등 여러 장법이 사용된다. 매장과 수장이라는 장법은 한 번에 끝이 난다. 하지만 화장은, 납골 또는 산골하는 이차적인 방법과 공간이 필요하다. 강산에 유골을 뿌리는 산골은 삼국시대부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화장이 일반화되기 전, 1980년대까지만 해도 화장하면 유골을 강이나 산에 뿌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세계적으로도 실로 다양한 산골 방법이 있고, 수목장은 그 여러 방법 중 하나다. 누가 보아도 수목장은 자연 친화적인 장례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 먼저 독일, 스위스 등에서 수목장이 성행하고 있다는 말은 지나친 과장이다. 필자는 근래 몇 해 사이 독일 5개 도시의 유명 묘지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묘지 책임자들에게 “수목장 하는 곳을 알려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답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 스위스의 숲은 평지이거나 경사가 완만하다. 이들의 삼림묘지는 그 자체가 커다란 숲이다. 그 속에 납골묘도 있고, 산골장소도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산림은 경사가 가파르다. 그리고 숲을 아끼는 마음도 아직 모자란다. 우리나라의 장묘사업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70년대는 전국에 공원묘지 열풍이 불었다. 서양의 묘지공원 제도를 도입하여, 묘지를 산 자와 죽은 자가 같이 이용하는 휴식 공원으로 꾸미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전국 어디를 보아도 공원은 없고, 공동묘지만 있다. 게다가 무허가 불법 공원묘원, 묘지분양 사기사건이 꼬리를 잇기도 했다. 80년대 말부터는 납골묘가 유행처럼 번져갔지만 또다시 기형을 낳고 말았다. 거대한 돌 구조물만 양산함으로써 또다른 자연파괴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외국 제도를 들여오면서, 그 정신은 배워오지 않고 겉모습만 배워 온데다, 운영 주체들이 영리만 추구한 결과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연구나 정책 부재도 빼놓을 수 없다. 또 하나 짚어볼 것은 화장을 장려한다는 구실로 매장을 죄악시해 왔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매년 여의도만한 땅이 묘지로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또 수해로 처참하게 파괴된 묘지 모습을 사뭇 위협적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최근 어느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일주일간 수목장 기획보도를 하면서 매장과 납골묘의 문제점만을 부각시켰다. 사실 우리의 추모문화에는 촛불과 향이 사용되며 제물도 차린다. 또 산소를 가린다고 주변 나뭇가지를 잘라내고, 봉분 주변에 둑을 쌓고, 과도한 석물로 치장하는 모습이 수목장이라고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올해 4월 장묘문화와 환경 전문가 일행이 독일과 스위스의 수목장을 견학했다. 그때, 독일의 관계 공무원이 “수목장은 토지 투기와 삼림 훼손 우려가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수목장은 일부 부도덕한 업주들의 주머니만 채워준 채 자연재앙의 위험성만 높일 뿐이다. 장묘 방식은 개인의 뜻과 선택이 가장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사회·제도적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특정한 장묘 방식만이 바람직한 것인 양 사회적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박태호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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