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14 18:11
수정 : 2006.11.1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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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철/충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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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집값이 또다시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행정자치부의 2005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주택 수는 약 1320만 채로 전체 가구수보다 많다. 그러나 이 중 약 89만(5%)에 이르는 다주택 보유 가구가 약 237만 채(21.2%)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무주택 가구의 내집 마련을 용이하게 하려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이들 다주택 가구가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소유하고 있는 여분의 주택을 처분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가 작년의 8·31 조처와 올해의 3·30 조처로 대표되는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을 통해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부과,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및 거래가격 등기부 등재,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의 제도를 도입한 것은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 앞으로 이들 제도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부동산은 재산증식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따라서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주택 및 고가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율 인상,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은 그 시행시기가 다음달 또는 내년 1월로 되어 있다. 비록 다주택 보유자 중 일부가 새로운 제도 시행에 따른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리 여분의 주택을 처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새로운 제도가 부동산 부자들에게 실질적인 부담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부동산 정책 관련 인사에 대한 문책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들 제도들의 성공 또는 실패를 논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수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실패한 것이라고 규정하거나 문책인사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부동산 부자들이 만약 다음 대통령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면 부동산 관련 세금을 완화하는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이러한 기대를 갖도록 한 데에는 야당과 일부 보수언론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된다. 특히 한나라당이 부동산 투기와 이에 따른 집값 상승을 우려한다면 지금이라도 집권할 경우 시행할 부동산정책의 방향을 하루빨리 국민에게 알려 부동산 부자들의 잘못된 기대를 없앰으로써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투기 억제와 함께 주택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민간 건설업체에 의한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공급정책에서 벗어나 무주택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을 정부가 직접 공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다양한 규모의 주택을 무주택 서민들에게 실비로 분양하되 일정 기간 후 정부에 되파는 의무를 부과하는 ‘환매조건부 분양’을 고려해 봄 직하다.
마지막으로 보수언론과 일부 학자들은 ‘시장원리’를 내세우며 투기수요 억제나 분양원가 공개 요구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원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부동산, 특히 주택은 그야말로 필수품 중의 필수품이 아닌가? 쌀을 매점매석하는 행위가 비난받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택의 매점매석을 통한 재산증식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주택 공급가격 또한 대중교통 수단의 운임을 정부가 통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규제하는 것이 결코 자본주의의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류기철/충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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