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21 16:49
수정 : 2006.11.21 16:49
|
임지봉/서강대 교수·헌법학
|
시론
론스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 기각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감정싸움이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성적인 법률전문가 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라 보기에는 너무도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다. 이를 보면서 법원과 검찰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조금씩 접어가야 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 모습은 분명 주권자인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하는 공무원의 모습도 아니며, 정확하고 이성적인 법률서비스 제공자로서의 법률전문가의 모습도 아니기 때문이다.
체포나 구속은 ‘신체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에 가해지는 일종의 제한이다. 따라서 이것은 원활한 수사나 재판 진행 및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필요 부득이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적 명령이다. 이를 위해 헌법은 체포나 구속을 위한 영장의 신청과 발부가 적법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면서, 영장 청구권은 검사에게, 발부권은 판사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영장 운용의 권한을 법원이나 검찰 중 어느 한쪽이 독점해 이를 남용함으로써 국민의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헌법적 안전장치다. 따라서 법원과 검찰은 ‘이것은 내 권한이다, 아니다’라는 식의 감정적 대립을 벌일 것이 아니라, 이러한 헌법적 의도에 맞게 서로의 권한 행사를 적절히 견제해 가면서 국민의 신체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는 선에서 사법절차의 원활한 운용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정도다.
법원과 검찰은 양쪽에 다 문제가 있다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선, 검찰의 대응은 선동적이고 감정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초기의 영장 기각 결정에 대해 ‘수사 방해’라고 반발하면서 혐의 소명을 위한 다른 자료의 보강 노력도 없이 영장을 자구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재청구한 것은 다분히 감정적이다. 그리고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이 잇따르자, 오래전부터 대법원 판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준항고와 재항고까지 감행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감정적 오기밖에 읽을 수 없다.
법원도 영장 발부에 일관된 기준과 원칙을 적용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유사한 사건들에서 이런 경우 보통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것이 많은 법조인과 국민들의 거의 공통된 기억이다. 물론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화되고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갑작스러운 변화는 불필요한 의혹을 불러올 수 있기에 충분한 설명과 설득의 노력이 병행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영장 발부 결정이 ‘발부’ 아니면 ‘기각’이라는 일도양단적 결정 형식을 취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확대되면 영장 기각률의 증가와 관련해 법원과 검찰 사이의 불필요한 마찰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커질 소지가 많다. 결국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게 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원활히 한다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과, 원활한 수사를 위해 피의자 출석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수사상의 필요’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신설한 ‘영장단계 조건부 석방제도’가 한 해답이 될 수 있다. 구속영장을 발부함과 동시에 보석금 또는 출석서약서 제출을 조건으로 구속영장의 집행을 유예하거나 피의자를 석방할 수 있다면, 피의자 출석 담보와 불구속 수사 원칙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법원과 검찰은 이러한 제도적 해결책 마련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이고 이성적인 논의를 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들은 볼썽사나운 감정싸움을 이미 볼 만큼 봤다.
임지봉/서강대 교수·헌법학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