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1.30 17:43
수정 : 2006.11.3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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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동/건양대 교수·장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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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묘지강산을 금수강산으로’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작한 우리나라 화장문화 운동은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2005년에는 최초로 화장(53%)이 매장(47%)을 앞질렀다. 그러나 화장의 증가는 한국 사회의 장묘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과 갈등, 그리고 또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화장률 급증에 따른 화장장 시설의 부족으로 이른바 ‘원정화장’이 느는가 하면, 장례를 연기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산기슭 또는 중턱에 세워진 가족 납골묘는 매장 묘지보다 더욱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족 납골묘는 석물을 사용함으로써 결국 삼림과 자연경관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흉물이 된다는 것이다. 가족 납골묘는 장묘문화 개선운동 당시인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바람직한 묘지모델로 제시되어 권장하는 형태였다.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는 매장 중심의 장례문화를 화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매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국가, 언론, 그리고 일부 시민단체의 무차별 공세 속에서 어느 누구도 감히 매장을 옹호하는 주장을 할 수 없었다. 매장 옹호자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요, 환경보전에 역행하는 행위이며, 무엇보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거스른다는 비난의 화살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매장문화가 화장문화로 바뀌면 장묘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떠들었던 이들은 여전히 님비현상 탓만 하면서 호화불법 묘지를 설치하려는 사람들과 의식이 변하지 않고 있는 국민들이 문제인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화장 증가에 따른 문제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오직 화장률 증가에만 모든 관심을 쏟았다. 지난 몇 해 동안 화장장 건설을 둘러싼 님비현상은 한국 사회의 갈등 요인이 돼왔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은 물론이고 지자체와 지역주민, 그리고 지역주민 간의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가가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의 전통적인 매장문화를 유지하는 기조 위에서, 이를 토대로 무연고 분묘 및 불법묘지의 해결, 시한부 묘지제도의 실현, 묘지 설립에 대한 엄격한 제한 등을 통해 장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면 장묘문화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화장문화로의 전환도 병행했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런 노력보다는 매장이 문제이니 화장을 하자는 식으로 국가 정책 및 사회운동을 전개했다. 죽음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인 인식과 태도,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장례문화를 유지하는 선에서 장묘정책의 개선을 모색하기보다는, 인위적으로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법을 전환시키는 일에만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그 결과 ‘문화지체’가 일어나서 장례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인위적 장례문화의 변화가 가져다주는 사회적인 문제와 갈등, 그리고 국가적인 손실 등 한국의 장례문화사가 던지는 교훈을 너무 쉽게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 장법은 단순히 죽은 자의 주검을 처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장법은 상례라고 하는 의례 과정의 하나다. 그리고 이러한 상례는 당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과 태도,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방식을 표현한 문화체계이자 삶의 방식이며 종교의례이다. 장법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논의되고 다뤄져야 한다.
송현동/건양대 교수·장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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