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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0 17:40 수정 : 2006.12.10 17:40

김광중 한림대 의대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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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바람이 불 즈음이 되면 고통이 커지는 이들이 있다. 원인 불명의 피부 발진과 그 위에 겹겹이 하얀 각질이 쌓이는 건선 환자다.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그나마 견딜 만하다가 건조한 찬바람이 시작되면 여지없이 증상이 악화된다. 최근 집중 조명되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보다 더 심하다면 얼추 짐작이 될 것이다. 건선은 얼굴, 손, 두피 등 피부 어디든 생길 수 있는 질환으로 그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10대와 20대가 전체 건선 환자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중 20대가 31.4%로 가장 많다. 학업, 취업 등 일생의 중대사가 걸려 있고 정신적·육체적으로 연약한 시기여서 건선 이외의 여러 문제들이 동반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건선은 자신감을 상실하게 할 뿐더러 사회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여 심하면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 정신 질환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건선은 흔한 피부과 질환이다. 미국에서는 피부과 환자들 중 건선이 차지하는 순위가 평균 여섯번째이며 매년 15만~26만명의 새 환자가 생긴다고 한다. 아직 정확한 국내 유병률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여러 동서양의 보고를 종합할 때 전체 인구의 1%(약 45만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특히 중증 이상의 건선 빈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선은 일반적으로 피부에 작은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면서 발진 위에 새하얀 비듬 같은 피부 각질이 겹겹이 쌓여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데, 노출 부위에 발생하면 사회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19세기 이전에는 증세가 심한 건선을 한센병(나병)으로 오인했을 정도다. 전염을 우려한 탓에 환자들과 멀찍이 떨어지거나 그들을 혐오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괴롭다. 공공시설을 이용하다가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건선은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 재발성 질환이다. 기약 없이 연고 도포와 광선치료를 꾸준히 할 수밖에 없으며, 상당수는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결국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치료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건선이 면역체계의 이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치료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류머티즘과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활용되었던 생물학적 제제인 TNF-a 억제제(면역치료제)들이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에터너셉트 성분의 치료제는 이미 미국에서는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고 약 7만5000명 이상이 치료를 받아 안전성까지 입증되었다. 인슐린처럼 집에서 자신이 직접 주사를 놓는 방식이어서 병원에 자주 갈 필요도 없다. 요모조모로 환자의 스트레스를 낮춰준다. 그러나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 부담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에 개발되는 혁신적인 치료제들의 사정이 비슷하겠지만, 건선처럼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희망을 가지고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에게 소요되는 비용을 설명하기란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암과 같이 생명에 직결된 시급한 질병이 우선적으로 배려받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지만, 평생을 암울하게 보내야 하는 건선 역시 심각하다. 건선이 당뇨, 암 또는 심혈관계 질환들과 동등한 정도로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일선의 의료진들이 환자들의 절망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도록, 효과적인 신치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광중 한림대 의대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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