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2.19 17:54 수정 : 2006.12.19 17:54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시론

올해 열린 어느 토론회에서 집중적인 화제가 되었던 말이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나?”였다. 민주화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파 정부가 등장했음에도 일반 서민의 삶은 나날이 팍팍해져 가는 역설적인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었던 자조 어린 말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러나 사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 압축적 산업화의 성과를 보여주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시 불러내고자 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한 향수의 형태로, 또는 박정희 재평가의 형태로, 나아가 2007년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정희의 이미지를 차용하려는 일부 대선주자들의 의도적인 시도 등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른바 ‘박정희 신드롬’이 그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매우 논쟁적임은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한편으로 지금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압축적 산업화의 성공을 이끈 공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하고 장기집권의 독재 속에서 그가 자행했던 인권탄압의 과오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화의 성공에도 그것이 남긴 지역적·계층적 불평등의 뿌리깊은 결과는 지금도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박정희 평가에 대한 이런 논쟁과 더불어 민주화 이후 박정희 신드롬이 이렇게 수시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과거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에서 집권했던 민주세력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을 때, 특히 그 리더십이 국민에 의해 기대되었던 구체적인 삶의 향상에 기여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반사적 결과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보수세력이 이에 적극 편승하고자 했을 때 더욱 확대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박정희 모델과 그 리더십이 과연 현재와 미래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전혀 아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뒤늦은 산업화의 초기 단계에서 비록 그것이 불가피했을지 몰라도, 개발독재의 박정희식 산업화 모델과 그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반민주적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민주화와 세계화 등 많은 것이 변화된 지금의 상황에서 국가의 주도적인 역할과 강권력에 의존했던 그것은 이제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화와 세계화의 변화된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와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등 민주파 정부들은 그 점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어떤 점에서 그들은 신자유주의적 흐름을 적극 수용해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더욱 조장한 측면이 없지 않다. 민주세력과 그 정부에 대한 실망은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바로 이런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수세력은 그들 나름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들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 그러한 대안 제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로 돌아가 박정희 신드롬에 편승하는 식의 천박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새삼 확산되고 있는 박정희 신드롬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조직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무능력, 특히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허약함에서 비롯된 과거 회귀의 한 역설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