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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19 17:56 수정 : 2006.12.19 17:56

최중기 인하대 생명해양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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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천군 일부 군민들이 장항국가산업단지의 연내 착공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반면, 그 지역 어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이에 반발해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군산·장항 지역 개펄에는 1990년 건설부가 추진한 군장 국가산업단지 기본계획에 따라 군산 지구가 건설돼 분양 중이고, 장항 지구는 토지공사의 매립 계획이 수립돼 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진행 중이다. 문제는 장항산단 매립 예정지인데, 이는 금강 하구 북쪽의 충남 서천군 장항읍과 마서면 서쪽에 있는 374만평의 광대한 개펄이다. 매립을 추진하는 쪽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썩은 개펄’이라 하고, 매립을 반대하는 쪽은 ‘새만금 방조제 공사 이후 해양생물 및 조류들의 대체 서식지로서 생태계가 양호한 개펄이므로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맞선다.

2005년 서천군이 발주한 ‘서천군 습지 보호를 위한 개펄 생태조사’에서는 서천 개펄을 어류 125종, 기타 수산생물 60여종이 출현하는 최상급 개펄로 평가하고 있다. 토지공사가 제출한 환경영향 평가서도 이 지역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노랑부리백조와 저어새 등 5종과, 멸종 위기 2급 야생동물인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14종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지역 개펄이 이동성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금강 하구둑 수문 공사 이후 연간 퇴적률이 최대 41㎝에 이르러, 군산항과 장항 수로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바닥치기(준설)를 하고 있다. 주변 개펄의 매립으로 토사 퇴적률이 더욱 높아져 항구의 기능을 잃게 될 우려가 크다. 새만금 방조제 건설 이후 펄의 퇴적 지점과 퇴적률이 변하고 있어 금강 하구 지형이 크게 변할 수 있고, 서천 개펄 매립 때는 수로 확보에 더욱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동안 대규모 개펄 매립으로 조성된 간척지 중 충남 서산, 전남 영암·해남 간척지는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며, 서천군 인근에 조성된 국가산단 군산 지구는 분양율이 이제 겨우 50%를 넘었고, 새만금 지역은 아직 용도도 확정되지 않았다. 이런데도 과연 생태적으로 우수한 개펄을 매립하여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는 개펄이 공유재산이라는 인식과 정책 전환이 필요한 때다. 지역경제 개발의 논리나 정치적 입지를 위한 결정이 아닌,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펄 보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생존을 위해 개펄을 매립했던 네덜란드나 덴마크도 개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복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개펄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북한 남포 앞바다의 대규모 개펄 매립에 자극받아 대규모 개펄을 매립하기 시작했다. 1987년 이래 이미 전체 개펄의 20%가 감소했고, 서해안 자연해안선이 3분의 1로 줄었다. 서해안의 어업 생산량은 지난 16년 동안 47~70%나 줄었고, 해양생물의 종 다양성도 급감했으며, 연안 해역은 자체 오염정화 능력이 떨어진데다 간척지에서 배출된 오폐수까지 더해 오염이 심화하고 있다.

서천 개펄은 새만금 개철이 사라진 뒤 금강 하구역에 남겨진 유일한 곳이다. 서천군의 미래를 위해서도 경제적 가치도 불확실한 산업단지 건설보다는 자연개철을 잘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새만금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인 성급한 정치적 결정과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그로 말미암은 소송과 공사 중단에 따른 막대한 손실, 국민적 갈등 같은 문제들이 재연되어선 안 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기초로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


최중기 인하대 생명해양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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