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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20 17:10 수정 : 2006.12.20 17:10

이유진/녹색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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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성미산, 용인 대지산, 고양의 고봉산. 해발 200~300m의 도심 속 작은 산이지만 주민들이 나서서 소중하게 지켜낸 산들이다.

지난달 고봉산에서는 떡잔치가 열렸다. 7년 동안 계속된 주민들의 고봉산 습지 지키기가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1999년 대한주택공사가 아파트를 짓으려 습지를 매립하자 시작된 운동은 결국 고봉산 습지 1만3천여 평 중 4천 평은 고양시가 사들이고 나머지 9천 평은 원형대로 보전하기로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맨몸으로 굴착기를 막기도 했고, 촛불집회, 한겨울 컨테이너 농성, 환경콘서트 등 고봉산을 지키려고 주민들이 안 해 본 일이 없다.

마포 주민들의 ‘성미산’ 사랑도 이에 못지않았다. 2001년 성미산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서울시가 배수지 건설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100일 넘게 밤낮으로 천막농성을 벌이고, 온 동네 주민들이 번갈아 보초를 섰다. 결국 2003년 서울시는 성미산 주민들의 열성에 두 손을 들었다.

용인 대지산은 또 어떤가? 1998년 죽전 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되자 땅 임자들이 그린벨트 지정을 자청하고 시민들이 땅 한 평 사기 운동을 통해 100여 평의 땅을 매입해 개발을 막았다. 2001년 4월에는 환경단체 회원들이 17일 동안 나무 위 시위를 하면서, 대지산 보전 결정을 이끌어냈다.

주민들이 도심 속 산을 지키는 일에 이처럼 열심인 것은 그만큼 ‘녹색 공간’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잿빛도시에서 마음껏 숨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수도권 막개발은 그 대상이 산이라 한들 그냥 두지 않는다. 나지막한 산이면 깎아지를 듯이 높은 아파트를 짓거나 아예 산을 뭉개고 골프장을 만든다.

지금 인천의 가장 큰 환경 현안은 롯데건설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 문제다. 7월 롯데건설은 신격호 회장이 소유한 계양산 일대에 27홀 골프장과 테마공원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계양산은 반딧불이가 살고 있고, 도롱뇽과 버들치가 서식하는 청정지역이다. 개발로 신음하는 인천에 남은 마지막 숲인 것이다.

인천시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이 터에 골프장 건설이 가능하도록 행정허가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한강유역환경청이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지만 롯데건설은 27홀을 18홀로 줄여 골프장 건설을 계속 추진한다는 태세다. 최근 지역신문에서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인천시민의 84%가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64.1%가 ‘인천시 공원녹지면적 규모가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현 상황으로는 롯데건설이 포기하지 않는 한 계양산 골프장 건설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울산에는 100만평 규모의 울산공원이 있다. 지역의 기업이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11년 동안 공원을 조성해서 시민들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이 기부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시민들에게 공원을 조성해서 기부를 하는데, 한쪽에선 시민들의 녹지 공간을 골프장으로 바꾸려고 한다. 계양산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활동도 만만치 않은 기세다. 계양산 살리기 10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매주 목요일에는 인천의 롯데백화점 앞에서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결정을 내릴 시점이다.


환경을 살리는 일이 경제가치에 한참 밀리는 판세다. 그렇지만 성미산이나 고봉산처럼 주민들이 나서서 지역의 산을 지키는 운동들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계양산에서 골프장 농약냄새가 아니라 솔향기가 은은하게 풍기길 바라는 인천시민들이 있는 한 계양산의 마지막 숲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유진/녹색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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