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6 17:14
수정 : 2006.12.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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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연/변호사·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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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난 18일 법무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분식회계 자진 수정기업에 대한 형사적 관용조치’를 비롯하여 ‘기업하기 좋은 법적 환경 조성’을 위한 법무부 차원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형사처벌을 두려워하여 분식회계를 시정하지 못하는 사정을 안타깝게 여겨 새 출발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2006 회계연도 결산 사업보고서 제출시까지 자발적으로 과거의 분식회계를 수정하는 기업주에 대해서는 불입건, 기소유예 등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관용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한다. 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기업이 소송을 당함으로 말미암아 입게 되는 손해를 해당 소송에서 반소로 청구할 수 있도록 민사소송법을 개정하고, 남소가 명백한 소송인 경우 소송을 제기한 패소자에게 기업이 부담한 변호사 보수 전액을 부담시키도록 하여 기업들의 소송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한다.
원래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문구는 전경련과 재계가 그 이해관계를 관철시킬 목적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구호이다. 이런 특이한 구호를 법질서 유지와 정의 구현을 목표로 삼는 법무부가 따라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구호를 빌미로 비리 기업주들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를 약속하는 지점까지 나간 것은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것이다. 죄가 있는데도 수사와 기소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곧 검찰로 하여금 본연의 임무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한테 직무유기를 지시를 할 권한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바 없다. 평소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에 대해 숱한 의심을 받아온 조직이 검찰이다. 그런 마당에 장관이 직접 비리 기업주들의 분식회계, 대출사기, 횡령, 탈세 등과 같은 범죄행위들을 눈감아주겠다고 공개적으로 기자들에게 약속까지 하였으니, 정의를 가슴에 품고 살아온 대다수 검사들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추락했다.
분식회계는 그 자체로도 범죄행위지만 대출사기, 횡령, 탈세 등과 같은 기업주의 사익 추구를 위해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반사회적 범죄행위들을 눈감아주는 것은 결국 불법적으로 이익을 취득한 비리 기업주들의 재산권을 보호해주는 것일 뿐,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소액주주, 채권자, 임직원 등 해당 기업의 다수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를 외면함은 명백히 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정의를 실현할 책무를 부여받은 법무부 장관이 감히 전경련조차 요구한 적이 없는 형사처벌 면제를 약속하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소송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발상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경우 현행법으로도 해당 소송과 견련성이 있는 경우 반소를 제기할 수 있다. 또 남소란 개념은 헌법이 국민에게 재판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비추어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개념이다. 변호사 보수를 어느 정도까지 패소자에게 부담하게 할 것인지는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을 고려하여 검토되어야 할 문제이지 기업의 소송부담을 덜어주려는 차원에서 제기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로 하여금 기업이 선임한 고액의 로펌 변호사 비용을 물어낼까 무서워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제도는 정의관념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재판 청구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위헌법률이 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약속한 바를 실행에 옮기는 경우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위헌적인 직무수행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김석연/변호사·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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