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8 17:10
수정 : 2006.12.28 17:10
|
김정희/건강보험연구원 급여보장성팀장
|
기고
최근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를 두고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그 이유로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의 급여혜택을 확대한 것을 들고, 특히 일각에서는 작년 6월부터 입원환자 식대의 보험 적용을 비판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급여 확대는 ‘저부담-저급여’에서 ‘적정부담-적정급여’로 이행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돈이 없는 사람들도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필요할 때 진료를 받게 하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마치 퍼주기식 급여 확대로 재정적자가 나는 것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급여 확대는 오랫동안 각계 전문가들과 논의를 통해 결정·시행되는 것들이다. 올해 상반기 지출 증가액 1조5천억원 중 해마다 통상 늘어나는 금액을 빼면 절반 가량인 7100억원이 추가로 늘어난 것으로 추계된다. 이 중 암환자 보장성 강화에 약 3000억원, 엠아르아이(MRI) 급여, 분만·소아의 입원 때 본인부담 면제 등의 보장성 강화에 약 2000억원이 든 것으로 분석되며, 나머지는 지급기간 단축 등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식대 급여의 경우,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식대의 보험적용을 당연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30년 전부터 보험적용을 한다. 다만, 최근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개호보험(노인들에 대한 별도 보험)에서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줄이고자 식사를 급여에서 제외하였고, 이와 형평성을 맞추려고 건강보험에서도 70살 넘는 노인들이 장기 요양병원에 입원하였을 때에 한해 본인 부담액을 인상하였다. 이를 두고 식대가 급여에서 제외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다. 식사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상비용이지만 환자에게는 충분한 영양과 질병에 맞는 처방식이를 제공하여 빠른 회복을 돕는 치료의 한 방편이다. 따라서 식사의 보험적용은 당연하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소득이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의료 재정지출은 늘어나게 된다. 유럽 나라들의 보험료 수준이 13∼14%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4.48%로 유럽 쪽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재정지원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재정으로 건강보험의 내실을 이루고 늘어나는 의료수요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가진 돈의 크기에 관계없이 병든 사람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건강보험 제도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보장성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자면 가입자와 공급자, 관리자 두루 노력해야 한다. 가입자들은 어느 정도의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통합 이전인 1998년에 견줘 5000여 인원을 줄였고, 관리운영비 비율도 절반 이하인 3.7%로 줄이는 경영 효율화를 이루었지만 좀더 허리띠를 졸라맬 여지가 있는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가입자 부담 증가와 관리 효율화만으로는 아무리 재정을 쏟아부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포괄수가제와 주치의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2002년에 이어 06년에도 수가와 약가를 각각 1.3%, 1.8% 인하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급제도 개선은 요원하고, 올해 수가를 3.5% 올린 데 이어 내년에도 2.3% 인상하기로 하였다. 일방의 노력만으로 ‘적정부담-적정급여’를 이룰 수는 없다. 보험료에 대한 가입자의 인식 전환과 함께 지급제도의 개혁과 공급자의 동참의식이 절실하다.
김정희/건강보험연구원 급여보장성팀장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