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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2 17:05 수정 : 2007.01.02 17:05

박시룡/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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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멸종위기에 놓인 종(種)을 복원하겠다고 중앙정부, 환경단체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서식지 파괴가 멸종의 주요 원인이고 보면 종 복원 노력은 매우 고무적이긴 하다. 그러나 원인의 치유가 없는 종 복원은 자칫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생물에게 복원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미 선진 여러 국가에서는 우리보다 몇십년 앞서 다양한 종 복원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그 중 일부 사업만 성공했고 대부분의 많은 사업이 실패했다(126종 복원 계획 가운데 15종만 복원에 성공).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아주 간단하다. 서식지 복원과 함께 생태계 전체를 보고 시간과 노력을 들인 종 복원은 성공했지만, 단순히 이벤트나 정책홍보만을 생각했던 종 복원은 모두 실패했다. 진정한 의미의 생물 복원은 종의 증식이 아니라 증식한 종을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제대로 살아가게 했을 때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의 복원을 종의 증식으로만 생각했지, 그 종이 살아가는 생태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다 보니 최근 중앙정부는 물론 환경단체와 지자체까지 따오기, 느시, 두루미 등을 ‘복원’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 새들은 모두 겨울철새다.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겨울나기를 하지 않는 철새를 복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조류를 복원하려면 한반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조류 행동과 관련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말하자면 멸종 위기의 조류인 따오기·느시·두루미 등을 인공증식시켜 이들이 번식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자연에 방사시켜, 한반도에는 철새로서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일 이 새들을 우리나라 자연에 방사시키면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국제적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연맹은 우리나라의 텃새가 아닌 철새의 경우 ‘복원(reintroduction)’이 아닌 ‘이입(translocation)’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이 이입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환경에만 인정해 주고 있다. 그러나 조류의 경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환경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어 이입에는 한계가 있다.

겨울철새들을 번식시켜 우리나라 자연에 방사시키면 철새가 아닌 텃새로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각인’이라는 조류의 독특한 행동특징 때문인데, 철새들이 대륙을 이동하려면 태어난 첫 해 어미나 동료를 따라 나는 장거리 이동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철새를 텃새화시키는 것은 생태계에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우리나라에 있었다. 제주도에는 원래 까치가 없었다. 그러나 1989년 한 항공사의 제주도 취항기념 이벤트로 까치 53마리를 제주도에 이입시킨 적이 있었다. 현재 그 수는 1만5000마리로까지 불어나 항공기, 과수원 그리고 전신주 피해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주는 좋은 사례다.

지금이라도 정부기관은 ‘종 복원’을 부추기기만 할 게 아니라, 방사 종에 대한 유전적 다양성 확보는 물론 서식지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할 전문가로 이뤄진 심의기구 및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증식한 종은 인간 행위의 결과이지만 자연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증식한 종을 마음대로 자연에 방사시키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박시룡/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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