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03 16:47
수정 : 2007.01.0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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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한국메세나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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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계적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교수는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기업들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창조적인 가치를 위해 경쟁할 때, 기업의 경쟁은 제로섬이 아니라 새로운 윈-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위찬 교수의 ‘블루오션’도 따지고 보면 제로섬 시장인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새로운 시장을 주창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을 실현하는 것이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모든 경쟁분야가 서로 본받아 닮아가고 수렴되어가는 현상 앞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런 주장에 한편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어떻게 창의적 가치를 내재화할 수 있을 것이냐는 ‘현실화’의 문제 앞에서 난망할 뿐이다.
이에 필자는 기업의 경영과정에 ‘예술의 창의성’을 과감히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예술의 창의성과 독창성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상당한 수련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장인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예술은 소비자인 관객들의 감동과 반응을 통해 검증되기에 소비자로부터 인정받는 작품은 그 만큼의 상품가치를 인정받는다. 또한 예술은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감동시키고 울리는 호소력으로 말미암아 그 가치가 오래 지속된다. 히트상품 하나는 잘해야 2∼3년을 버티기 힘든 일반 상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몇몇 선구적인 기업들이 이러한 예술적 가치를 경영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남이섬은 ‘세계청소년공연축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축제를 기획해 남이섬을 한류를 뛰어넘는 매력적인 장소로 변모시켰다. 국내 대표적인 문화마케팅 기업으로 손꼽히는 ‘쌈지’는 또 어떠한가. 쌈지는 디자인과 상품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기업으로 호평받으며 나라 밖의 스와치시계의 사례와 비교되곤 한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공간을 적극 활용한 ‘쌈지스페이스’의 성공사례도 기업과 예술의 발전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 밖에 우림건설은 ‘감성을 나누는 문화기업 건설’을 실천해 가는 기업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간 6만권이 넘는 도서구매 및 배급, 다양한 예술단체 지원 등을 통해 투박한 건설회사의 이미지를 부드럽고 격조 높은 문화기업 이미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외국에는 더욱 많은 사례들이 있다. 베네통은 지구촌 예술인들의 창조공간인 ‘파브리카’(Fabrica)를 통해 해마다 세계 25살 미만의 젊은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비즈니스에 접목시키는 마당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 역시 ‘도요타 클래식’을 통해 세계 각국의 애호가들에게 최정상급의 클래식 공연을 선사함으로써 창의적이고 기품 있는 자동차 회사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보듯이, 기업의 문화예술 마케팅은 하나의 분명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선진기업은 곧 문화기업인 시대가 열릴 것임이 분명하다.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예술의 창의적 가치를 수용하고 이를 기업경영에 적극 활용할 때 우리 기업들은 포터 교수가 말한 ‘창의적 가치 창출’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를 이해하고 후원하는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향후 기업평가의 주요 잣대가 될 ‘ISO 26000’에 대비하는 사회공헌 기업으로서의 입지도 다지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우리 기업들도 이제 문화예술 지원 등 ‘메세나 운동’을 통한 기업의 창의성 증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습을 기대한다.
이병권/한국메세나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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