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혜/대한소아과학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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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느 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아기를 데리고 소아과 진찰실로 들어왔다. “동생이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하고 물었더니 “저, 애기 엄만데요, 애기하고 제가 둘 다 감기 걸린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신문·방송에서나 접해 봤던 ‘리틀맘’(어린 미혼모)이었다. 어린 학생이 아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도 생소해 보였지만 소아과에서 아기와 자신의 건강까지 상담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여자가 생리를 시작한다는 것은 배란을 했다는 것, 곧 임신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것이다. 생리는 대체로 10대 중반에 시작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10대 소녀는 임신이 될 조건은 갖췄지만 아직 신체적 성장이 계속되는 상태다. 이 시기에 임신을 하면 임신기간 중 호르몬의 변화를 겪음으로써 성장이 억제될 수 있고, 모체가 어릴수록 임신에서 오는 신체적 손실과 위험은 더욱 커진다. 또한, 10대 미혼모들은 임신 자각 능력이 떨어지는데다 임신 전의 불량한 건강 상태, 부적절한 영양섭취, 흡연·음주 및 약물 남용 또는 성병 감염 등의 여러 위험 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이들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은 조산아나 미숙아가 될 위험이 높으며, 영아 사망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혼모, 특히 10대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여러 언론매체에서도 어린 나이지만 아이를 낳아 직접 키우는 이들을 격려하는 내용이나,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여러 지원책들을 보도한다. 현재 미혼모는 모·부자 복지법에 따라 아동양육 및 생계비 보조, 요보호 부녀자를 위한 숙식 보호, 분만비 보조와 의료 혜택, 직업훈련 보조 등을 받고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 측면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미혼모의 출산과 관련해 산부인과 진료에 대한 지원과 정서적인 후유증에 대한 신경정신과적 상담 지원 등은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에게서 태어난 아기의 건강이나 미혼모 본인의 건강관리 지원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아기한테는 태어남과 동시에 정기 검진, 예방접종 등 끊임없는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또 미혼모 자신도 비록 한 아기의 엄마가 되었지만 아직은 소아(청소년)과의 진료가 필요한 10대 청소년이다. 분만과 산후 관리, 부인과적 문제는 물론 산부인과의 진료가 필요하지만, 이들이 출산 이후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아보고 싶을 때나 다른 질환이 있을 때는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혼자서는 자신의 건강은 물론 아기의 건강과 육아를 책임지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버거운 게 사실이다. 특히 생후 1년 이내의 아기가 받게 되는 예방접종의 종류도 많으며, 아기를 키우는 데 필요한 육아지식 또한 다양하여 미혼모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혼돈만 느낄 수 있다. 사회에 당당히 나서지 못하는 이들한테서 태어난 아기들은 제도적 장치를 통한 전문의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다. 미혼모들 쪽에서 먼저 나서지 못한다면 지역사회의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나서서 결연해 안심하고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을 찾아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전문의가 아기의 성장과 발육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아기에게 필요한 예방접종과 정기검진을 챙기며, 청소년인 산모의 건강도 함께 관리해줄 수 있어 더욱 좋을 것이다. 본인과 아기가 아플 때 이들이 주변의 눈치 살피지 않고 마음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사회가 마련해주어야 한다. 건강한 미혼모와 건강한 아기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때다.민정혜/대한소아과학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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