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7 17:37
수정 : 2007.01.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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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대/전국교수노조 교권쟁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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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현직 판사의 석궁 피습 사건은 우리사회 전체를 충격과 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를 두고 사법부의 권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우려하는 목소리와, 행위 자체는 용납 안 되지만 그 심정은 이해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김아무개 교수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잘못이라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당사자는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이번 사태를 올 것이 왔다고 판단하는 것은 대학교수라는 지성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간 교육계와 법조계의 모순 구조에 대한 반성에서 기인한다.
김 교수는 ㅅ대 수학과 재직 때 대학입학 시험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양심적인 행동으로 말미암아 교수직까지 박탈당하고 10년 이상의 세월을 낭인처럼 떠돌아 왔다. 그 과정에서 동료교수들과 대학당국이 보여준 비이성적이고 부당한 대응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오로지 학문적 양심에 따른 선택이 한 인간을 돌이킬 수 없는 길로까지 몰아간 것은 우리 사회에 과연 정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반성하게 한다. 이번 사건은 교수 재임용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출발하였으며, 이를 악용해온 대학의 몰지각한 행태와 이를 알면서도 방치한 교육부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
또한 사법부는 억울하게 해직된 교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인권탄압에 눈감아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임용 거부는 학교의 자유재량’이라는, 헌법 정신과도 배치되는 판결로 권력을 가진 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이번 사태는 사회 권력이 한 개인에게 가한 폭력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여러 교수단체는 이미 여러 차례 재임용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의 전면폐지 내지는 법적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하여 왔다.
이번 사건이 불행한 또 다른 이유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실추가 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목적을 위한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사법부에 의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한 개인의 절박한 심정도 충분히 헤아려야 할 것이다. 사법부의 판결에 불만을 품은 개인이 사법부를 공격한 것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법원은 사법부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법정 소란이나 사법부 위협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권위라는 것은 스스로 내세운다고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전관예우’ 등과 같은 사법부를 불신하는 상징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떻게 사법부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석연치 않은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현직 판사가 재판과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일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이번 사태를 보는 수많은 국민들이 오히려 사법부에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스스로 정화하고 개혁하지 못하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어떤지 깊이 뉘우치고 대오각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수많은 해직교수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사학들은 국가의 결정마저 거부하는 초법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교원신분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사법개혁을 통해 신뢰받고 존경받는 사법부의 위상을 세우는 것이 온 국민이 염원하고 바라는 사실임을 기억하자. 그것이 이 불행한 사태로부터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다.
이성대/전국교수노조 교권쟁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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