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24 18:38
수정 : 2007.01.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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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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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서울대 수의대의 동물복제팀을 방문하여 격려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격려라고도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겪으며 배운 바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
과학 지식이 어떻게 사회에 적용되고 실현되는가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그 사회 구성원 전체의 몫이며, 그 과정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일부 과학자의 연구 내용에 대하여 마치 이미 모든 검토와 평가가 끝났고 곧 활용될 것처럼 선전함으로써 평소 과학과 상관없이 살아가던 많은 사람들의 혼란을 불러왔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조작을 통해서라도 성과를 내고 싶었던 연구자와 일부 연구실의 실험 결과만으로 곧 뭔가 이루어질 것처럼 보도한 언론, 또 이를 통해 연구 투자의 가시적 홍보 효과를 얻고자 했던 정부 관리들이 중심에 있었다.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다시 국가의 고위 관리가 실험실을 방문하여 진행 중인 연구의 의미를 부풀리고, 또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동물복제는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고 훌륭한 연구다. 그러나 복제동물의 사회적 활용과 의미는 또 다른 맥락에서 검토되고 이루어져야 하기에, 이번과 같은 정부 관리의 태도나 언론의 보도 자세는 여전히 선동적인 과거의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은 언론이 실험실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특정 연구실의 과학적 성과를 보도할 때 으레 붙이는 수식어로 ‘세계 최초’ ‘암·당뇨 극복의 획기적’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예다. 지난 10년간 보도된 과학 관련 뉴스만 보면 이미 우리는 암도 당뇨병도 모두 극복했어야 당연하다.
이러한 예는 최근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근황을 연구 재개라는 식으로 일제히 보도한 언론의 태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스스로 연구 부정행위를 인정했고, 그가 지도한 대학원생들의 학위 논문 중 일부 역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동료 연구자도 외국에 나가 논문을 조작하다가 발각돼 유명 학술지에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황우석 박사는 앞으로 연구 결과물로써 국민에게 무언가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전까지는 언론에서 철저히 잊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이렇게 보도되는 것은 여전히 우리는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철저하게 과학에 의해 테러를 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서구의 학회에서는 ‘과학 테러(scientific terrorism)’라는 용어가 나온다. 일부 과학자의 연구 결과가 동료 과학자들의 검증과 평가도 받기 전에 일반인들에게 전해져 마치 확실한 기정사실로서 받아들여짐으로써 결국 그 사회나 구성원들이 입게 되는 피해 상황을 말한다. 이 테러의 대상은 정부 당국과 과학계를 포함한 모든 사회 구성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실험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하여 정부 부총리가 현장을 방문하고 또 이것이 일제히 보도되는 현상은 곧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과학 테러를 당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테러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것을 보면, 과거 배아줄기세포 사태를 경험했던 우리 사회가 여전히 그러한 진통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한 채 있으며 과거와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자의 연구 결과는 과학계에서 충분히 검증되고 평가받은 뒤에 일반인에게 전해져도 늦지 않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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