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환/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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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부가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강남 인근에 분당급 새도시를 건설하기로 했다. “강남에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거리에 건설될 것”이라고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새도시 구상을 밝혔다. 언론은 이 장관의 발언을 근거로 새도시 예정지를 점친다. 과천 하남 성남 용인 광주 등 후보지를 점검하며 그린벨트 해제 등 난관이 많다고 설명한다. 모두 한강 이남 지역으로, 한강 이북은 언급조차 없다. 강남 인근에 규제완화를 동반한 대규모 새도시가 들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장기적으로 강남의 집값만 올리고 강남북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는 강남 우대 정책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높다. ‘강남 대체 새도시’는 사실상 불가능한 개념이다. 강남은 국민의 혈세를 포함해 수백조원의 천문학적 자원이 투입돼 형성된 곳이기 때문이다. 강남은 말 그대로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다. 하루에도 수십 곳에서 각종 문화행사가 열린다. 올림픽공원, 예술의 전당, 각종 아트센터가 즐비하다. 정부 주도 개발 이후 좋은 고등학교들이 대거 강남으로 옮겼다.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고 법원과 검찰도 있다. 돈, 권력, 문화예술, 교통, 병원 등 모든 것이 몰려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해 ‘특구’로 발전했고 이제는 스스로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어떻게 새도시 건설로 대체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강북인 은평구에 살고 있다. 지난 연말 윤도현 밴드와 심수봉 공연의 초청티켓을 몇 장 구했다. 봉사활동을 하는 주부들에게 드렸는데, 좋아하다 결국 가지 못해 아쉬움만 남았다. 올림픽공원까지 왕복 교통만 3시간 가까이 걸려 도저히 다녀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강남 주부들은 잠깐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에 수많은 공연장소가 있지만 다른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또 은평구의 기업(법인) 수는 1894개(2005년)다. 강남구만도 5만1414개에 달한다. 도심인 광화문에 들어오려면 은평에선 통일로란 외길만 있지만 강남은 다양한 접근로가 있다. 이런 격차는 정부와 서울시가 투입한 예산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다. 강남 인근에 새도시를 건설하는 정책은 도로망 확충과 각종 후생편의시설에 대한 투자 등 강남 인근에 대한 정부의 투자확대를 뜻한다. 강남은 더 좋아지고 넓어지며 강남과 타지역 간의 격차는 도리어 확대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스스로 중산층이라 여기는 우리나라 국민 50%에게 강남 수준의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수천조원을 퍼부어도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강남 수준의 새도시 건설이란 불가능한 목표에 매달려 강남을 확대재생산할 게 아니라 해당 재원을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소외지역의 인프라 확대에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 그래서 점차적으로 다른 지역의 주거여건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강남 주민들에게는 현재의 생활을 즐기도록 해주면 된다. 강남 주민들은 지금까지는 별다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각종 편의시설을 즐기고 집값 상승의 과실도 누렸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 조처로 강남 주민들은 대가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강남 투자로 만들어진 편익 증대와 아파트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이란 대가를 지불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 이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이 낙후된 다른 지역 개발을 위해 사용되도록 하면 된다. 강남 아파트 값을 잡으려면 강남 주변에 집중되고 있는 공공투자를 강북지역으로 돌려야 한다. 당장은 미흡하더라도 강북 인근에 새도시를 건설하고 공공인프라를 대규모로 확대해 새도시뿐 아니라 다른 강북지역도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최창환/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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